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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봤어야 했는데... 2024.04.05해당카페글 미리보기
부산의 어느 교회에선가 설교 중에 인용되었다는 얘기가 있는데요. 아주 남루하다 못해 너무 심해서 도저히 곁에 있기가 민망한 사람이 예배를 드리겠다고 교횔 왔던 모양입니다. 그 날따라 날도 추워서 오가는 분위기가 을씨년하다나요? 그런 분위기였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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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없어 2024.03.09해당카페글 미리보기
2월의 추위를 타기는 그들도 마찬가지인지, 남녀노소 머리나 목 언저리에 두꺼운 천을 친친 둘러매었다. 입성은 얄팍하고 남루하다. 언뜻 보니 거처하는 집들도 성치 않다. 지붕이라고는 쭈그러진 양철판 한 장 얹어 놓은 게 전부다. 고만고만한 엉성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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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서 - 고양이, 고양이들 2024.03.15해당카페글 미리보기
나를 낙동강 칼바람이 냅다 후려친다. 쓰레기장은 깊은 적요에 잠겨있다. 가로등이 흘린 불빛을 밟고 선 그림자마저 남루하다. 고된 노역보다 나를 경계하는 사람들의 눈총이 더 지치게 만든다. 사는 게 뭐라고, 이 말을 곱씹으면 눈가에 물기가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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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세 황후와 허수아비 황제의 숨 막히는 하룻밤 2024.02.10해당카페글 미리보기
광서제의 초상화가 걸렸다. 조각과 초상화가 아니라면 도무지 황제와 황후가 머물렀던 장소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남루하다. 느닷없던 까닭에 피난 초기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초상화에 문종자희황후(文宗慈禧皇后)와 덕종광서황제(德宗光?皇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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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기행 16 | 황량함 속으로 가라.. 모든 시름, 먼지처럼 사라지리니 2024.02.08해당카페글 미리보기
숨소리와 화염 그리고 너무 고와 오히려 처연한 낙조를 바라보자 인생의 모든 승리는 그 앞에서 초라하고 모든 속죄 또한 남루하다. 모든 욕망은 비열하고 말고다. 흙과 바람과 모래의 소용돌이 속에 육신을 뉘어보자 가만히 누워 귀 기울이면 크게 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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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의 표정은 냉정하다 2024.02.08해당카페글 미리보기
함께 숨결 나누며 울고 웃던 사람들도 빛을 잃고 낙엽 되어 하나 둘 떠나더니 어느새 내 얼굴도 그늘이 서려있고 머리털도 남루하다 향기 많이 잃었어도 아직은 멋이 남은 가을 속절없이 저물기 전에 늦가을 냉기에 맞서려한다 벌거벗은 겨울 온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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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꽃의 전언’‘첫사랑’‘’질경이‘’빵‘’들풀‘’소금‘’사과나무‘외 여러편- 류시화 시. 2024.01.03해당카페글 미리보기
모두 1.당나귀는 가난하다 아무리 잘생긴 당나귀라도 가난하다 색실로 끈을 엮어 목에 종을 매달고도 당나귀는 대책없이 남루하다 해발 5천 미터 레에서 카루등라 고개를 넘어 누브라 밸리까지 몇 날 며칠을 당나귀를 타고 간 적 있다 세상의 탈것들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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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고 버리며 2023.12.11해당카페글 미리보기
하는가. 빛바랜 털코트를 걸친 하늘이 음울하고 방화로도 다 태우지 못하고 남은 요사채의 거뭇한 뼈다귀처럼 나뭇가지가 남루하다. 영상 10도를 넘는 12월의 중순에 남녘에선 개나리도 폈다는데 겨울에 핀 꽃은 즐거울까. 생의 마지막을 짜내어 피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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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걸어 왔다 2023.11.24해당카페글 미리보기
향해 두 눈 찡긋 하며 손을 흔드는 그림자 갈잎의 노래에 귀를 기울이며 사랑의 멜로디를 펼치는 풀숲은 혼령을 떠나보낸 시체만 남루하다 겨울이 걸어 왔다 찬바람을 대동하고 흰눈을 이고 한달음에 달려와 낙엽을 멀리 보내고 말았다 낭만에 기대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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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꽃 / 김이경 2023.11.15해당카페글 미리보기
사위고 날개는 허물어진다. 마침내 곧고 미끈하게 자란 오이 끝에 매달린 검불 같은 것. 그것은 꽃이라고 하기엔 너무 남루하다. 그 남루에서 묻어나는 지극한 시간들. 차라리 목련이나 동백처럼 향기 품은 꽃이었을 때, 금빛 한 오라기쯤 남았을 때,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