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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럼 피는 새벽 - 임성규 2024.02.21해당카페글 미리보기
부스럼 피는 새벽 임성규 시간의 등을 긁으며 녹슨 초침이 흐른다 기억 속 껍질을 한 꺼플 벗겨내면 여전히 붉게 번지는 내 안의 두드러기 아무리 물 부으며 손 뻗어도 닦지 못할 견딜 수 없는 가려움이 밤새 나를 가두던 등짝에 검은 이파리 두 장이 박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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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금을 캐다/ 임성규 시인 2024.03.20해당카페글 미리보기
입술은 부르트고 두 손은 얼었다 저녁까지 물살 위에 빗금을 그어야 한다 어긋난 바람의 길에 흘려보낸 흙모래 이제 다 씻겨 갔는가 출렁이는 이야기는 찢어진 작업복처럼 지독한 한기가 일생을 따라다니며 이마에 고랑 판다 꺼내지 않으면, 부서질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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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을 줍다 / 임성규 2024.02.14해당카페글 미리보기
문장을 줍다 임성규 날 새기 전 추모시를 다 쓰지 못했다 망자의 혼백이 한기를 불렀는지 눈보라 휘몰아친다, 기억의 사각 위에 촛불을 켜려다가 그만 주저앉는다 나는 쓴다, 환각을 착시를 흔들림을 흐릿한 물안개처럼 입김을 내 뿜으며 얼마나 오랫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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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집 『바늘이 쏟아진다』_임성규 2023.12.21해당카페글 미리보기
아버지의 붓 / 임성규 슬픔이 바닥을 쓸고 오는 소리 듣네 멈추지 마 소리치고 망설이는 저 떨림을 어쩌지 휘어진 어깨에 내리는 흰 재는 냄비 / 임성규 그을음이라 써놓고 그리움으로 읽는다 오래된 바닥에 눌어붙은 불의 기억 닦는다 속살 보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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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동을 걷다 / 임성규 2024.01.24해당카페글 미리보기
백운동을 걷다 임성규 백운동을 걷는 일은 허공을 딛는 일 가파른 비탈 위로 돌멩이가 톡톡 튀고 뿌리가 밟히더라도 놀라지 말아 꽉 막힌 절벽이 눈앞에 있을 때, 숲길을 잃어버리고 주저앉아 울기 전 구름 속 천둥 번개 같은 큰소리로 한 사람을 불러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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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 위에서 / 귀벌레 / 임성규 2023.12.19해당카페글 미리보기
도마 위에서 임성규 지느러미를 잃고 나서 바닥에 눕는다 토막 난 기억이 눈앞에서 뒹굴었다 아무도 몸 안에 그린 새 부리를 읽지 못한다 눈코잎 다 깎이고 발톱마저 뽑이던 날 뼈마디에 숨겨놓은 바람이 새 나오고 구멍 난 옆구리에서 날개가 돋았다 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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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규 시인의 <뿌리가 내게 올 때> 2024.01.18해당카페글 미리보기
뿌리가 내게 올 때 임성규 아무도 모르게 금 그은 바닥에서 어쩌나 내 눈은 매운바람 지나간 듯 마음을 닦지 못한 슬픔이 굽이쳐 흐른다 이 줄기는 어디서부터 어긋난 것일까? 기억을 살려낸 눈꺼풀 속 애인이 내 생의 안쪽 깊숙이 불그스름 번진다 마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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혓바늘 / 임성규 2023.12.25해당카페글 미리보기
혓바늘 임성규 내 마음 구석에 가시가 자란다 검붉은 돌기가 아슴아슴 만져져 입술을 벌릴 때마다 흘러나오는 비린 한숨 한때는 내 혀도 부드러운 잎새였지 그늘 속에 숨겨놓은 욕망의 잎을 타고 온종일 술렁거린 날은 가시가 돋았어 의심의 목소리가 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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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없이 / 임성규 2023.12.21해당카페글 미리보기
눈치 없이 임성규 눈 앞에서 본 적 있어? 치자꽃이 피는 것 배고파 손 내밀다 욕만 냅다 먹었지 회사 그만두고 통장은 다 털리고 주식은 똥 됐고 영락없는 노숙자 일 찾아 다녔는데 간 데마다 헛걸음 돌아온 방구석엔 그녀가 남긴 화분 하나 밥도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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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기다리고 있어/ 임성규 2023.12.22해당카페글 미리보기
엄마를 기다리고 있어/ 임성규 천장 모서리에 매달린 어린 집 거미 맛있는 벌레가 올 때까지 꼼짝도 안 하고 기다리고 있지 외로움을 견디는 법과 배고픔을 이기는 법을 배웠어. 바람이 데리고 온 먼지와 마른 개미 날개와 종잇조각을 만나지만 먹을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