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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호 김분홍, 최은영(2017년 봄호) 2017.04.12해당카페글 미리보기
사월의 방 외 3편 김분홍 방은 무인발권기, 매표원 없이도 도착을 안내하고 출발을 발권한다 과적의 방, 빙하의 방, 고리의 방이 발권되고 있다 방에는 시간표가 붙어 있고, 교과서가 때맞춰 스쿨버스를 타러 가고 있다 방이 직립을 버리면서 죽음을 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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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데사 계단 / 김분홍 2019.02.15해당카페글 미리보기
오데사 계단 김분홍 한발 한발 스텝을 섞듯 말을 섞는다. 서먹해진 관계를 좁혀 보려고 빠른 걸음으로 따라붙어 보지만 당신의 혀는 양파 속이다. 내가 백 미터 다가가면 당신은 백 미터 후퇴한다. 당신은 수직이고, 나는 수평이기 때문에 우리의 간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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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의 풍경 / 김분홍 2020.08.02해당카페글 미리보기
풍경의 풍경 김분홍 풍경에 묶여 흔들리던 당신의 물고기를 떠올린다 물고기 위에는 구름의 수심이 펼쳐져 있고 바람의 부레가 쪼그라들고 있다 풍경 밖으로 외출하지 못한 바람은 공중에서 한뎃잠을 자고 풍경에 묶인 물고기가 안에서 밖으로 종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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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 김분홍 시인 2018.01.02해당카페글 미리보기
전복 김분홍 시인 귀를 잘랐어 피어싱을 한 귀 수족관에는 잘린 바다의 귀가 자라지 귀가 자라면 전복이 자라지 수평선에 걸린 노을이 꿈속과 꿈 바깥의 절취선을 용접하고 있지 전복의 진주광택에 음각된 파도소리는 몇 톤일까 귀가 그리움이라서 제 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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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을 쥐어짜다 / 김분홍 2020.07.17해당카페글 미리보기
공중을 쥐어짜다 김분홍 공중을 쥐어짜서 물방울을 모았어요 서랍에서 눈금을 꺼내 봐요 배란기에 꾼 꿈은 흉몽이에요 꿈의 밑바닥은 눈금이 희미해요 한 달에 한번 월경하는 달력의 패드를 갈아 줄래요 한 남자가 아파트 담벼락의 매미울음을 닦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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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서랍 / 김분홍 2022.03.08해당카페글 미리보기
끝까지 서랍 김분홍 칸칸의 마디를 여닫는 명분이 많은 어둠에도 손잡이가 있을까 네모의 귀퉁이를 가졌기에 삼각 김밥의 의미와는 다른 모서리가 있을 거야 닫힌 서랍은 비밀이 열릴까 봐 초조하고 열린 서랍은 무엇을 증명하려고 애썼지만 비밀은 결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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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데사 계단/ 김분홍 2018.10.29해당카페글 미리보기
오데사 계단 김분홍 한발 한발 스텝을 섞듯 말을 섞는다. 서먹해진 관계를 좁혀 보려고 빠른 걸음으로 따라붙어 보지만 당신의 혀는 양파 속이다. 내가 백 미터 다가가면 당신은 백 미터 후퇴한다. 당신은 수직이고, 나는 수평이기 때문에 우리의 간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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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또는 시계꽃 / 김분홍 2020.07.17해당카페글 미리보기
시계 또는 시계꽃 김분홍 시계가 묻힌 무덤 아버지는 무덤 속에서 정확하게 일어날 수 있겠지 시계가 죽지 않아서 얼마나 긴 시간을 시계와 함께 살아야할지 아버지는 고민하고 있겠지 제 생일날만 알리는 시계꽃의 치명적인 결함은 하루에 두 번, 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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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나팔꽃 / 김분홍 2017.02.24해당카페글 미리보기
천사의 나팔꽃 김분홍 뒤집어져 땅만 바라보고 피는 꽃이 있다 너희들은 뿌리 잘린 아랫도리를 검은 숲에 꺾꽂이 했다 동굴 속에서 빛을 외면한 박쥐처럼 뒤집어져 피는 꽃은 전쟁이 뒤집어지기를 바라면서 밤의 지퍼를 내렸다 자정의 해변에선 나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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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김분홍 시인> 2016.07.27해당카페글 미리보기
우물 김분홍 닫힌 그녀의 눈 풍경을 편집하지 못하지 나선형 계단의 아바네리 쿤다* 천이백년 동안 자신의 눈을 본 적이 없어 내 안이면서 네 안 같은 내 안의 깊이가 그녀의 마음보다 더 깊을까 얼마나 깊은지 좀처럼 바닥을 드러내지 않았어 물줄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