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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여? / 김숙희 2024.05.20해당카페글 미리보기
선생님이 ‘기여? 안 기여?’ 칠판까지 두드리며 언성을 높였더니 똑똑한 반장 녀석 ‘얘들아, 빨리 기어!’ 반장 따라 우르르 아이들이 몰려나와 땅강아지 모양새로 설설 기었다네 아이들 탓만 했더니 내가 외려 몰랐네, 표준말을! 《시조시학》2024.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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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저동 골목 / 김숙희 2024.05.20해당카페글 미리보기
길목 떼어낸 배춧잎처럼 지레 시든 얼굴들만 단칸방 반쯤 열고 엉덩이를 들썩이고 동전만 세어 보다가 한잔 물로 위로받던 저녁놀 등에 지고 집으로 가는 길에 고단한 어깻죽지 부딪히며 정들던 곳 달큰한 시래깃국이 겨우내 넉넉했다 《시조시학》2024.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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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멈춤 / 김숙희 2024.05.20해당카페글 미리보기
년간 잘 구르던 자동차가 멈춰섰다 보닛을 열어 놓고 엔진 쪽을 바라본다 결혼도 이와 같거니 이제는 안 되겠다 비 내리고 바람 불어 언 땅이 풀릴 때쯤 예서제서 돋아나는 새싹들을 봤잖은가 고목은 절정일 때에 꽃을 달아 내놓듯 《시조시학》2024.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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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리 / 김숙희 2024.05.20해당카페글 미리보기
노가리 김숙희 말의 뼈로 들이치는 겨울비 내리는 날 텅 빈 A4용지 책상 앞에 펼쳐놓고 시 한 줄 쓰다 지우며 질겅질겅 씹어 보는 《시조시학》2024.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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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雨水 무렵 / 김숙희 2024.05.20해당카페글 미리보기
우수雨水 무렵 김숙희 발자국 소란하다 우왕좌왕 지나온 길 진눈깨비 섞어 친다 붕어빵 반죽처럼 다 저녁 꽃샘바람이 발꿈치를 드는 나이 《시조시학》2024.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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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장 / 김민하 2024.05.20해당카페글 미리보기
긴 땡볕에 희망은 할퀴고 곁 한 번 주지 못해 피 흘리는 사랑이라 어머닌, 어떤 방식으로 젊은 날을 꿈꿨나요 펼치지 못한 꿈같은 잎사귀는 삭였어요 슬픈 데를 만지다가 바람을 색칠하여 먼 숲속 노래로 피어날 음표 하나 던집니다 《시조시학》2024.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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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털실 / 김민하 2024.05.20해당카페글 미리보기
채색하는 마음으로 걸을수록 조금씩 줄어드는 몸이지만 뜨거운 사랑을 털옷으로 덮는 꿈 아픔만 울창해지는 백양나무 숲이죠 빨간색 털실은 피 흘리는 옛사랑 백색의 설원에서 더 선명히 솟구쳐 구름에 흩어놓았죠 분홍이 너무 아파 《시조시학》2024.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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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드름 군단 / 김민하 2024.05.20해당카페글 미리보기
군단 김민하 백색의 창검으로 굳어가던 눈발들이 결의의 눈빛으로 처마 밑에 모여섰다 차디찬 바닥을 향해 겨누는 창 끌들 추위와 한데 잠은 견딜 수 있습니다 분노로 얼어붙은 강산이 문젭니다 자, 함께 낙하합시다 부서져야 오는 봄 《시조시학》2024.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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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긋난 약속 / 장인회 2024.05.20해당카페글 미리보기
내통해온 밀서에 자물쇠를 채워두고 소리 없는 혁명을 몸속에 장전하자 비로소 안쪽 아픔들이 다투어 쏟아졌다 저 여자의 심장을 누가 겨누었을까 붉은 상처까지도 수다로 넘길 나이 사는 일 목메지 말자던 그 약속에 목을 맨, - 《시조시학》 2024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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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호 평 = 손호연의 '지상에서 가장 빛나는 불빛 하나' 2024.05.20해당카페글 미리보기
한국의 ‘시조時調’와 더불어 동아시아 정형 미학을 이루는 핵심적 구성원이다. 영미 문화권에도 ‘소네트 Sonnet’라는 정형시가 있어서 정형 양식은 민족 언어를 가진 문화권에 최상, 최량의 언어적 결실로 존재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흐름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