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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朔의 시간 / 김광희 2024.07.02해당카페글 미리보기
젖 부풀어 올라 온 방이 화안해요 한때는 가득 찼던 액자 속 가족처럼 잇바디 활짝 펼쳐서 빛이 나요 바로 지금 다 자란 새끼들이 나날이 빠져나가 기우는 오늘 밤도 지새우는 목이 길어 잡아요 시간이 가요 어머니가 바닥나요 - 《시조시학》 2024.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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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 김혜경 2024.07.02해당카페글 미리보기
중환자실 모니터는 등대인 듯 깜박깜박 오리무중 항구는 보이지 않는다 난파선 한 척 흔들린다 망망대해 나뭇잎 같은 숨발은 느리고 가늘고 희미하고 암초에 걸린 듯 제자리를 맴돈다 노 잃고 삿대 놓친 당신, 내 숨이 가빠진다 - 《시조시학》 2024.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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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남자 / 김주경 2024.07.02해당카페글 미리보기
청춘의 한때라면 바닥치고 오를 텐데 경계성 계절의 끝물에 앉은 노을 변명의 파장이 길었다 사라진 배후처럼 은퇴 후 몇 번이나 고쳐 쓴 버킷리스트 새로 산 캐리어에 빼곡히 채운 약속 잊으라, 잊으라 한다 모르고 싶은 남자가 - 《시조시학》 2024.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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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차하던 날 / 김완수 2024.07.02해당카페글 미리보기
한구석에 흠 하나 날 때마다 앓는 소리 끙끙 내며 생색내던 지난날들 살면서 누구를 위해 내달은 적 있었던가 견인차 손아귀에 고삐가 바투 잡혀 폐차장 저 너머로 차가 털털 떠나던 날 무뎠던 내 맘 한편이 우지끈 부서졌다 - 《시조시학》 2024.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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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 여자 / 김연미 2024.07.02해당카페글 미리보기
치듯 하루 종일 비가 왔다 만약에 만약에 하는 수만 갈래 길 다 지우고 영정 속 미소 앞에서 물방울로 앉았다 막막한 뒷머리가 아래로 기울었다 그녀의 떨림은 눈물보다 조심스러워 투명한 눈금을 넘고도 끝내 울지 못했다 - 《시조시학》 2024.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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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남] 갠지스강 / 녹야원에서 무릎 꿇다 / 이슬 / 룸비니로 가는 길 / 거푸집 2024.07.02해당카페글 미리보기
신일까. 순례하면서 나는 무엇을 느꼈나. 욕망만 가득한 채 살아온 게 보인다. 이제 내 안의 욕망을 그러려니 하고 알아차림을 할 수 있을까. 모든 것은 영원하지 않다. 매 순간 충실한 삶이 바로 내 인생의 주인임을 느낀다. - 《시조시학》 2024.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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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 권영오 2024.07.01해당카페글 미리보기
산이 권영오 보신탕집이 있던 자리 감꽃이 피었다 지고 산이는 식칼을 들고 올지도 모를 주인을 기다린다 사랑에 목이 졸리든 칼날에 목이 잘리든 - 《시조시학》 2024.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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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괜찮아 / 나순옥 2024.07.01해당카페글 미리보기
뒤로 자꾸 감추지 마 해맑고 결곡했던 네 모습 흐릿해도 늘차고 담방진 멋은 이냥마냥 좋은 걸 종심 고개 앞둔 우리 어밀어밀 살자구나 메주볼 좀 졌음 어때 뜨직뜨직 걸으면 어때 곰삭아 달보드레한 웃음에 퍼런 서슬 비켜갈 걸 - 《시조시학》 2024.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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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두화 한나절 / 신필영 2024.07.01해당카페글 미리보기
불두화 한나절 신필영 꽃살문 열릴 듯 말 듯 부처님 웃을 듯 말 듯 허전한 등을 굽혀 연거푸 절 올리는 바람이 지나간 자국 뒤꼭지들 빼곡하다 - 《시조시학》 2024.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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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천국 / 김소해 2024.07.01해당카페글 미리보기
듯 링거 줄이 자일인 듯 화물선 녹슨 옆구리 망치질이 숙련공 눈 밝은 세월이 찾아낸 이명 앓이 관절 앓이 팔순의 시네마는 보나마나 명작이다 서너 사람 관객 두고 가파른 대하드라마 어설픈 내 자영업다큐 꺼내지도 못한다 - 《시조시학》 2024.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