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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동겉절이/최재희 봄뜻 듬뿍 차려낸 식탁 엄마 웃음소리가 들린다 아부지 헛기침 소리 인자하신 표정이 보이고 씨우적거리는 꽃샘 이겨낼 비밀스런 향도 스며있다 제바람에 부쳐 휘어진 입맛 꽉 붙들어 졸음겨운 햇살 닦아줄 생각주머니 열면 봄빛으로...

씹으며 겉절이 한 잎을 반으로 찢는다 너무 길거나 폭이 넓은 슬픔은 적당한 어디쯤에 젓가락을 쑤셔 넣고 주욱 찢어야 비로소 먹기에 알맞은 크기가 된다 반쯤 숨이 죽은 채 하루가 치대는 대로 몸을 맡겼다가 국수 앞에 둘러앉은 사람들 아직은 어디...

받아들임으로써 합심하여 조화로운 맛을 낸다는 것에 겉절이의 매력이 있다. 자기가 주인공이라고 빳빳이 살아있으면 배추는...질 줄 안다는 것은 다른 부재료와 어울릴 자세가 되어있다는 뜻이다. 자기를 낮추고 다른 존재들과 어우러질 때 비로소 자기도...

십 대까지 텃밭에서 땅을 밟고 놀았어요. '오징어 놀이'와 '갱강'을 술래잡기보다 더 많이 했을 것입니다. 먹방 하러 갔는데 겉절이가 텃밭으로 가게 생겼네요. 에예공 생각에 걸린다는 말 뜻을 아는 사람만 알 것입니다. 카뮈 형님이 무오하고 부조리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