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가끔은, '봉창문' 열어둔 나즈막한 사랑방 앉은뱅이 책상 놓고 생각 풀고 졸고있다. 마당에 흩뿌리는 빗소리에 고개들어, 곰실곰실 간지럼 타는 흙냄새도 맡아보자. 좋은 사람 마주하고 세월위에 걸터앉아, 살아온 이야기, 살아갈 이야기, 귀담아 들려주고...

햇살에 맨 몸 다 드러내고 남루한 숨소리 몇 바람 지나더니 욕심 비워 나목일래 검은 둥치의 발등에 풀새들 내려앉은 오후, 곰실곰실 피어난 비탈에 서서 꿈을 몰아 뿌리 올리는 연리봉으로 만나고저, 오래오래 바라다가 눈부처 들어 연리지로 맞잡은 손...

내 인생 파란 하늘 흰 구름 너는 알까 나그네 길 /김화영 얼룩져 구겨진 세월의 두루마리 드맑은 햇살 위에 펼쳐 놓으니 곰실곰실 기어오는 삶의 흔적 살갑다. 이끼 낀 돌담 지나 도랑 건너 오솔길 꼬꼬지 옛살비 자드락 초원에서 부룩소 풀 뜯기며 벙글던...

볼일을 마치고 돌아온 할아버지가 대문 앞에 차를 세웠다. 그런 할아버지를 바라보다가 무심코 저수지 쪽을 쳐다봤는데, 곰실곰실 하얀 연기가 춤추며 하늘로 올라가고 있다. 무슨 일이지? 빨간 자동차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저수지 쪽으로 달려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