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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눈/권순해- 몇 년째 팔리지 않는 어두운 집에서 불을 껴안고 안행운 씨가 죽었다 다시 읽을 수 없는 페이지들이 허물어진 그의 무릎 위에 웅크리고 있다 꿈을 꾸다가 꿈을 씹다가 끝내는 세상을 씹다가 한 번도 누군가와 가족이 되지 못한 그에게 행운...

-반성/권순해- 공사장에서 인부들이 망치질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나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쾅쾅 대못을 박았을까

오후 2시의 꽃무늬 원피스/권순해 치킨 양념이 끈적한 그녀를 바닥이 보일 때까지 어린 고양이가 핥고 있다 그녀를 들락거린 지문이 두꺼워질수록 꽃은 멀어지고 무늬만 남는다 한때 그녀도 일요일 오후의 벚꽃 닮은 아이스크림 앞에서 달콤하게 출렁이던...

공광규·027 눈길 묵상·곽문연·028 능소화 사랑·곽지훈·029 가을 호우·구재기·030 취흥(醉興)·권갑하·031 판운리·권순해·032 피안의 돛·권애자·033 목격자·권용욱·034 통나무 의자·권은중·035 은행나무·기복진·036 지리산 둘레길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