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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률의 부호 / 권주열 민달팽이를 보았다. 마당 저쪽에서부터 느릿느릿 오고 있었다. 외출했다가 한나절이 지나 돌아왔을 때, 아직도 마당을 다 지나지 못한 달팽이를 보며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만약 그가 동네 한 바퀴를 다 돌려면 내가 환갑이...

가자미/ 권주열 가자미는 계단이 없고 밋밋한 경사로 이어진 장소다 제가 바로 그 장소인지 모를 때까지 한 장소에 오래 납작 엎드린 채 어디엔가 숨겨진 넓이가 더 있을 것 같은 불안, 불안은 방금 헤엄쳐 온 물결과 희뿌옇게 덮어쓴 기억이 접촉된 모든...

-슈뢰딩거에게 눈을 감아도 늘 내 눈 뒤에 떠 있는 바다 희고 어두운 점들의 사이가 점점 가까워질 때 바다는 1 고양이는 0 오후 내내 비가 내리고 0과 1사이에 엉키는 수평선, 잠기는 고양이, 1의 꼬리가 안 보일 때까지 야옹하는 소리에 들리는 0 비는...

다리 위에서 강물로 향한 보이지 않는 사다리를 타고 다시 강물로 돌아간다 그의 검은 가방이 둥둥 흘러간다 참 큰 가방 / 권주열 강동 바닷가 마을에는 참 큰 가방이 하나 있다 지퍼 같은 수평선을 열면 멸치 가자미 꽃게 고래까지 온갖 잡동사니가...

부정성을 통과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위반을 통해야만 시는 한층 더 조여지고 팽팽해짐이 김익경의 시가 노리는 바다. ―권주열 시인 •― 시인의 말 나무를 자른다 나무와 숲의 거리는 빠져나올 수 없을 만큼 촘촘하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나는...

김금용 김문희 박찬일 서승석 양균원 이봉희 이승순 편부경 최 준 홍은택 황학주 강 수 강영은 곽경효 권경애 권정순 권정우 권주열 금시아 김경인 김길녀 김관용 김리영 김생수 김서희 김석준 김성백 김소양 김양수 김오민 김인구 김원경 김윤호 김의수...

이런 나의 의구심에 대답이라도 하는 듯, 그런 사람들의 심사를 대변해 놓은 문장을 만났다. 『시와 반시』(2024.봄)에 실린 권주열 시인의 글이다. “해변에 종일 우두커니 앉아 있는 동안 펼쳐진 바다의 안과 바깥에, 무언가 소통 줄이 연결 되어야 할...

귀 달린 말라르메 권주열 이따금 시를 해변에 내려놓고 싶다 파도 때문인가 내 말이 무슨 말인지 나도 모르겠다 시는 전복되어야 한다는데 해변 포장마차에서 전복 대신 해삼을 삼킨다 파도를 향해 뭐라고 재잘대던 앳된 아가씨가 해삼을 징그러워한다 나...

처음은 처음을 반복한다(파란시선 63) 권주열 시집 책소개 저자 권주열 저자 : 권주열 2004년 〈정신과 표현〉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 〈바다를 팝니다〉 〈바다를 잠그다〉 〈붉은 열매의 너무 쪽〉 〈처음은 처음을 반복한다〉을 썼다. 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