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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로 옮겨 가는 나무의 존재를 우리는 문득, 알아채기도 하는 것인데. 사람만이 한 계절을 던지고 또 다른 계절의 자기 자신으로 옮겨 가는 것은 아니겠지요. 나무는 가을을 던지면서 바깥에서 또 다른 이미지의 나무로 자기 몸을 바꿉니다. -김민율...

상속제 김민율 물려받은 언어의 첫 자음이 뭐였더라 눈빛이 호미가 되어 한글 자모들을 캔다 고향 마을 밭이다 초봄에 감자 씨 심은 기억이 마을의 방언을 경작한다 마을 사람들이 전승한 강원도 사투리들 특유의 억양을 닮아가는 시골 아이들의 높낮이...

나무 의자 김민율 초저녁이면 소녀가 올 거야 죽은 소 울음소리를 재우려고, 내게 짚과 사료를 먹여 주려고 일곱 시면 불을 켜고 오던 그림자, 발걸음 소리에 더 큰 울음소리로, 소녀가 내밀 손을 기다렸지 뿔이 나기 전부터 우기로 접어드는 내 눈과 눈곱...

김민율 시인 1978년 강릉 출생.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졸업. 2015년 한국경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포지션 문학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