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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즘 - 김보람 모자를 잃은 사람의 모자가 궁금해 어두운 방 다음에 더 깊고 어두운 방 진실의 불이 켜지면 전부를 잃고야 말지 수북함과 무성함이 이 공간의 이름인걸 경직된 빗금이 머리로 쏟아져 내린다 덮어도 가려지는 게 많지는 않았는데 여백...

귀가하는 중 / 김보람 ​ 떠나는 자가 남는 자를 달래고 있었다 잘 익은 슬픔이 아무는 시간처럼 앞으로 뒤를 보면서 구조를 바꾸고 있다 비가 온다 비는 길고 기울면서 자란다 저 먹먹한 구름을 봐 가망 없는 관계를 봐 투정은 다짐이 되고 다짐은 참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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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줄 알았는데 아닌 게 되는 걸까 김보람 그렇게 들킨 거다 끝을 향한 이야기 잘 표현된 결함들이 떨어진 낙엽처럼 피맺힌 악취를 풍기며 썩어가고 있었다 갑니까? 가십니까? 등 뒤의 노을 저편의 것들이 이편까지 가리고 있다 아니다 우린 아닌 거야...

혼자는 내가 되고 나는 혼자가 되는 한 사람처럼 두 사람처럼 쌍둥이처럼 사제처럼 나이며 나 아닌 것처럼 한 폭의 풍경화처럼 귓바퀴를 움켜쥐는 노크소리가 들렸다 책에 적힌 침묵 속으로 끌려 오는 밤도 있었다 차원이 다른 세계의 밀실을 따라 걸었다...

별나라 소아과 김보람 캘록캘록 훌쩍훌쩍 별나라 소아과에 오면 아픈 아이들 이름 위로 별이 내린다 김*하 이*준 심*희 오*율 깜깜한 입 귀 콧속에 의사 선생님의 요술 빛이 닿고 간호사 선생님의 손에는 별사탕이 반짝인다 빌빛 치료가 시작되었다

멀어진 만큼 멀어질 것 김보람 잠시란 얼마나 긴 시간의 반복일까 말을 아끼다가 읽히지 않는 얼굴이 된다 믿음이 제 발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기댈 수 없는 마음과 괜찮아를 껴입고 물거품처럼 사라질 마지막을 배웅할 거야 "관계를 끊어버리세요" 누군...

도심 심리지도 김보람 고층 빌딩에 불시착한 비행기 조종사처럼 칼날 같은 달을 품고 공중을 헤엄칩니다 심해의 잠수부 되어 바닥에 내려앉죠 오늘의 고독은 뭉개진 얼굴입니다 고여 있는 울음이 거센 물살을 품었죠 더 많이 얼룩진 쪽을 우리는 잘 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