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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치를 넘어서 죄악이라 해놓고 내 운명을 속이고 나를 배반했습니다 맘껏 쓸 자신도 없이 별난 재주도 없이 - 김성영(1959- ), 90년대 시조동인 반전3집 『바늘의 필적』, 다인숲, 2024 ** 저도 마흔에 늦깎이로 등단했습니다. 시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

다산을 위하여 김성영 띠앗끼리 울며 웃으며 절로 크던 날 있었다 사시사철 사방에서 끊이지 않는 소리들 흥부네 웃음꽃처럼 오손도손 핀 세월 무슨 소문 들었는지 어떤 징조 보았는지 우렁찼던 울음소리 점점점 잦아들어 돈 줘도 오기 싫다는 적막강산...

가자 김성영 느닷없이 날아든 검은 새떼 폭발하자 어린 꽃봉오리들 속절없이 만개하여 캄캄한 날개를 편다 망각의 배 띄운다 가자 가자 가나안 영영 잊으러 가자 홍해로 지중해로 애굽으로 사하라로 불귀의 그림자 저어 이 지구를 떠나자 비옥한 초승달도...

알타미라스코뚜레 김성영 소가 운다 먼 서사의 아득한 천장에서 낮은 데로 낮은 데로 흘러 흘러 내려와 우상의 시간을 벗은 토템이 울고 있다 산야에서 길 위에서 놀빛 경기장에서 뜨거운 불판에서 예쁜 접시 위에서 그 옛날 받은 사랑을 온몸으로 갚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