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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도 1021 김언희 말매미들이 울고 있었다.방풍림 속으로 들어서자 울음소리가 났다. 쓰나미처럼 밀어닥쳤다. 울음소리에 쓸려 나가자 검은 몽돌밭이었다.파도에 젖은 몽돌들이 쇠붙이처럼 빛나고 있었다.구름 한 점 없었다. 정수리 위로 햇빛이 작살...

현대시학'으로 등단한 이후 줄곧 날것 그대로의 상상력과 거침없는 표현으로 '환멸의 끝을 향하는 극단의 시학'을 펼쳐온 김언희 시인의 다섯번째 시집. '시단의 메두사'로 불릴 만큼, 첫 시집부터 네번째 시집까지 5-6년 간격으로 시집을 낼 때마다 성에...

봄밤 /김언희 개가 죽어 개 없는 개집 앞에 개가 죽어 개 없는 주인이 서있다 잎사귀 하나 없는 백목련 가지 위에 주먹만 한 백골들이 허공을 찢어 발기며 불거져 나오는 4월 어떤 구녕이 아이는 발라먹고 백골만 뱉는 것일까 번번이 새끼를 죽여서 낳던...

트렁크 / 김언희 시창고 트렁크 / 김언희 이 가죽 트렁크 이렇게 질겨빠진, 이렇게 팅팅 불은, 이렇게 무거운 지퍼를 열면 몸뚱어리 전체가 아가리가 되어 벌어지는 수취거부로 반송되어져 온 토막난 추억이 비닐에 싸인 채 쑤셔박혀 있는, 이렇 게 코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