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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 / 김호삼 하루를 살면서 천 년을 사는 것처럼 아침부터 분주하다 짐이었을까 삶마저 가볍게 버리는 하루살이 우리도 저와 같이 시한부 삶 무거운 생각 날리고 날자 천 년을 사는 양 하루를 살면서 온몸에 사리 품는 나 하루살이도 못 되는 하루살이

수화(手話)/김호삼 전철 안에 나란히 앉은 두 여인 그들의 손끝에서 따뜻한 입김이 피어오른다 공기를 아프게 때려 내는 게 구화口話라면 수화는 허공을 쓰다듬어 빚어낸 청자 같은 것 쥐었다 풀어주고 놓았다가 되감는 수어手語 저들은 말을 쥐락펴락하는...

나비 날개를 펼친 채 잠들어있다 손뼉 치지 않는 세상 손뼉 치는 나비 이승을 떠난 이들이, 이승에 보내는 응원이다 살아서 다하지 못한 말 들려주고 있다 읽힐 듯 말듯 무게를 비워낸 말 듣지 못하는 우리에게 전하는 나비의 수화 필시 어리석음을...

8개월로 짧아진 것이 주요 이유로 꼽힌다. 이태원 참사 수사를 이끈 김창수 부장검사, 보이스피싱범죄합동수사단을 이끌었던 김호삼 원주지청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주임 검사와 함께 기소한 원지애 서산지청장 등을 비롯해...

위원장… 내 맘대로 출퇴근·투잡 ‘논란’ [사설]北 ‘오물 풍선’ 전국 휘젓게 놔두다니…軍 대응 문제 있다 박찬록 차장·김호삼 지청장 사의 … 검찰 중간 간부 '줄사표’ 尹, 국힘 워크숍서 "다 잊고 한 몸 돼 뼈빠지게 뛰겠다“ 단독“尹-이종섭...

잃어버린 우산 / 김호삼 기억을 막 접으려는데 비는 뾰족한 우산살 타고 하루의 행적을 낱낱이 줄 긋는다 살 하나 부러진 우산 행방이 묘연하다 어두운 화장실에 들렀다 내 안의 과습을 비우고 홀가분하게 나왔는데 식당에 들러 통에 꽂아두고 허기만...

거미 / 김호삼 신혼 때는 애교도 곧잘 부리던 여자 술 한 잔 마시고 기분 좋게 집에 왔더니 문도 열어주지 않고 남편 보기를 웬수 보듯 해 겨울이면 찬바람 들고 여름이면 빗물 새는 집 재주가 메주인 남자 능력이 메주인 남자 더는 못 살겠다 갈라서자네...

아름다운 향 / 김호삼 (낭송 세미서수옥) 그가 향을 품고 왔다 단번에 알아볼 아름다운 향의 윤곽 촉촉한 눈을 마주 본다 눈을 들춰보면 이야기가 있다 다소곳한 눈에 고인 눈물의 두께를 벗기고 말하지 않는 눈의 문장을 읽는다 꺽, 꺽 다 울지 못하고...

나무는, / 김호삼 삼억 년 전 지각변동으로 땅을 밟았던 것이다 지상에도 비는 내려 따뜻한 해저로 알았던 것이다 풀벌레를 유영하는 나비고기로 착각했던 것이다 틀림없이 심해 어디쯤으로 여겼던 것이다 차가운 바람만 불어와 주변을 둘러봤을 때 알았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