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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로부터 나희덕 한때 나는 뿌리의 신도였지만 이제는 뿌리보다 줄기를 믿는 편이다 줄기보다는 가지를, 가지보다는 가지에 매달린 잎을, 잎보다는 하염없이 지는 꽃잎을 믿는 편이다 희박해진다는 것 언제라도 흩날릴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 뿌리로부터...

뿌리에게 / 나희덕 깊은 곳에서 네가 나의 뿌리였을 때 나는 막 갈구어진 연한 흙이어서 너를 잘 기억할 수 있다 네 숨결 대이던 그 자리에 더운 김이 오르고 박은 피 뽑아 네게 흘려보내며 즐거움에 떨던 아 나의 사랑을 먼우물 앞에서도 목마르던 나의...

감언이설(甘言利說) 곡학아세(曲學阿世) 교언영색(巧言令色)을 분별하고 이겨내야 한다.) ■ 뿌리로부터/ 나희덕 ■ 한 때 나는 뿌리의 신도였지만 이제는 뿌리보다 줄기를 믿는 편이다. 줄기보다는 가지를 가지보다는 가지에 매달린 잎을 잎 보다는...

예고에 불과한 고통일 뿐 이제 겨울이 다가오고 있지만 모든 것은 겨울을 이길 만한 눈동자들이다 - 시집 『뿌리에게』(창비, 1991) 나희덕 : 1966년 충남 논산 출생. 연세대 국문과와 동대학원 박사과정을 졸업.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뿌리...

O 가을맞이 詩 ∙ 歌 ∙ 演이 함께하는 연합콘서트 0 일 시 : 2023.11.12(일) 0 장 소 : 김수현 드라마 아트홀 0 주 최 : Echo 에코시낭송클럽 0 후 원 : 충북개발회

바람은 왜 등 뒤에서 불어 오는가 / 나희덕 바람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순간 눈이 멀 것만 같아 몸을 낮게 웅크리고 엎드려 있었다 떠내려가기 직전의 나무뿌리처럼 모래 한알을 붙잡고 오직 바람이 지나가기만 기다렸다 그럴수록 바람은 더 세차게 내 등...

손을 잡는 것인지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는 없는 것인지 —월간 《문장 웹진》 2024년 9월호 ---------------------- 나희덕 /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뿌리에게』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그곳이 멀지 않다』 『어두워진다는...

마악 짜낸 염소젖, 생전에 그가 식구들에게 건네준 전부였다 그보다 따뜻한 것을 알지 못한다 - 《시산맥》2018년 봄호 ㅡㅡㅡㅡ나희덕 시인ㅡㅡㅡㅡ 1966년 충남 논산 출생. 1989년 〈중앙일보〉신춘문예 시 등단. 시집 『뿌리에게』『그 말이 잎을 물...

한 걸음씩 걸어서 거기 도착하려네』 등이 있다. “꽃인 줄도 모르고 잎인 줄도 모르고 피어 있던 시간이 내게도 있었다” 나희덕은 산문에서 밝힌 적 있다. ‘어두운 허공에 드러난 뿌리처럼 갈증과 불안에 허덕이던 그 나날들이 시인으로서는 가장 파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