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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평>고기맛 2025.03.03해당카페글 미리보기
분량: 85매 고기 맛 이것은 핏자국이다. 차갑고 메마른. 얼어붙은 핏자국과 핏자국에 달라붙어 있는 어떤 짐승의 털이 동그마니 놓여 있다. 하얀 눈밭에 뿌려진 검붉은 핏자국은 이곳과 저곳의 경계선을 긋듯 선명하다. 짐승의 고깃덩이를 가져간 누군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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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비를 끓이며/최연실 2025.03.12해당카페글 미리보기
오전 한나절이면 아버지는 동사무소에서 가지고 온 일을 마치는 데 충분했다. 매양 일이 끝나는 대로 마른 몸을 벽에 동그마니 기댄 채, 러시아 고전을 즐겨 읽었다. 희망 사항처럼 무인 武人으로 사는 삶보다는 문인 文人으로 살고 싶다며 말씀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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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_쌀포대 꿈_박연희 2025.03.11해당카페글 미리보기
추스르기도 전에 대가족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또 내 혼이 빠진 나날들이 흘러갔다. 어느 날 주위를 살피니 혼자 동그마니 집에 있었다. 아이들은 대학 공부한다고 서울로 가버렸다. 남편도 무슨 공부 한다고 밤낮으로 집에 없었다. 나 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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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규_창(窓) 2025.03.08해당카페글 미리보기
弧)는 짧아 양편 어느 쪽의 건물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다. 그 사상 초유의 공중곡예를 하고 있는 사람은 죽었는지 살았는지 동그마니 뭉쳐 있을 뿐이다. “아마 넋이 빠졌을 게다. 극심한 충격으로 혼비백산해 있을 게다. 그래서 팔다리를 허우적거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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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둥지 2025.03.07해당카페글 미리보기
빈 공간에 허우대 좋게 홀로 서있는 아카시아나무는 아직 겨울이다. 우듬지에는 얼기설기 만들어져 써고 버린 둥지 두 개가 동그마니 달려있다. 둥지는 잊힌 삶이자 시간이다. 아카시아는 담장이 높게 쳐져 사람들의 접근이 막힌 키다리아저씨네 집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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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천명의 소녀 2025.03.06해당카페글 미리보기
아버지를 부를 리가 없다. 깜짝 놀라 모두들 은지의 음성이 들리는 곳으로 가 보니, 아무도 없는 뒤꼍 살구나무 아래 가 동그마니 은지는 혼자 서 있었다. 집안에 아무도 없는 줄만 알았던 노릇이 온 집안 식구가 달려가고 보니 은지는 새파랗게 질려서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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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맞이꽃 / 유선철 2025.03.04해당카페글 미리보기
아래서 함께하는 이 안도감 휘모리로 감겨오는 갈증의 시간 넘어 새파란 기다림도 이제는 누르익어 잎사귀 돌돌 말아서 동그마니 앉았는데 씨앗 한 톨 못 거두고 계절이 바뀌어도 너와 나 둘 사이를 달빛은 이어주고 달콤한 노래 한 소절 떠멱여줄 것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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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장 소림오기승(少林五奇僧) 2025.02.21해당카페글 미리보기
퍼득이며 공중으로 몸을 솟구쳤다. 눈 깜짝 사이에 두 사람의 그림자가 사라지고 만 것이다. 장내에는 오직 금강승만이 동그마니 남아서 두 사람이 사라져간 방향을 멍하니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천향공주는 단번에 이십여 장이나 몸을 솟구쳐 진(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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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조 제55호/ 부산시조시인협회/ 2024 상반기 2025.02.19해당카페글 미리보기
끓이다가/ 이양순 어릴 적 떡을 쓸며 어머니 하시는 말씀 "우리는 이렇게 동그랗게 쓸어야 한다." 숟가락 한가운데 앉은 떡 동그마니 좋았다 가지런한 치맛자락 인자하신 할머니가 내림대로 떡 쓰시던 어머니 하얀 손이 종소리 수증기 넘어 피어올라 여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