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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으러 링거 걸이를 끌고 황량하게 보이는 복도를 지나 터덕터덕 지하 촬영실로 갈 때는 내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기가 막히기도 했다.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구분조차 어려울 지경이었다. 오랜 세월 견지해 왔던 기도 목회의 종착지가 여기란 말인가...

듯한 혈관사이로 굵은 땀방울이 흘러도 주저앉지 않았다. 그들에 비해 내 모습은 무명천에 파랗게 멍든 힘없이 하 늘거리는 슬픈 꽃잎과도 같았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일정한 속도로 걷다가 다시 나도 로마병사를 따라갔다. 여름이 다 지나가도록 아직...

문맥혈관까지 묶어야 하는 시술을 했다. 그러고도 다시 한달 정도를 더 마약을 몸에 차고 통증을 견뎌야했고 식사는 하지 못하는데 헛배는 계속 불러 왔으며 운동을 많이 하라는 의사의 말에 아침이면 병원 운동장을 수도 없이 돌고 또 돌았다. 하루 이틀...

새벽 공기를 들이키며 새삼스럽게 살아있음을 만끽한다. “힐! 참 나는 이제 마법사가 아니지.” 무의식적으로 아픈 허리에 손을 대고 치료 마법인 힐을 걸었다가 당연히 몸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자 자신을 쳐다보는 사람도 없는데도 혼자서 머쓱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