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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새까만 지우개 붙박이 된 생각들 잘라낸 채 한참을 들여다본다 저질러 놓고 나면 큰 뜻 세우고 흔적마저 뭉갠다 몽당연필과 흰 지우개로 세상을 그렸다 마른침 묻혀가며 눌러 쓴 낱말들 더하고 빼며 꼭 있을 정답을 찾아 얼마나 지우고 다시 썼던가...

수북히 쌓였고 거미줄이 주렁주렁 쳐져 퀴퀴한 냄새가 났다 머리를 숙여 기어가니 땅바닥에는 선배들이 흘린 수 많은 몽당연필과 지우개 삼각자 구슬등이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 모두가 보물처럼 기다리고 있었다 좀 창피해도 주섬주섬 호주머니에 쑤셔넣고...

쓰세요. 쓰다쓰다 틀리면 지우개로 깨끗이 지우면 되니까요.” 오늘따라 노안의 침침한 눈으로 쓰다쓰다 짧아진 몽당연필과 지우개가 흐르는 세월 속 나의 일상을 그려주는 둘도 없는 다정한 친구처럼 느껴진다. <윤영순 /美 메릴랜드 거주> 미주 한국일보...

아빠도 떠오르고 놀 때보다 그려지는 게 참 많다. <몽당연필> 키가 작아 볼품없다고 쓰레기통에 버려진 날 서러운 마음...귀에 꽂혀 긋는 줄이 똑 바르면 감탄사가 펑펑 잘못은 짝꿍 지우개가 얼른 지워주니 실수도 가려지고 작아도 작은 게 아니고...

지우개가 있다 마당 넓은 우리 집과 마을과 스물다섯 칸의 교실이 물속으로 들어간다 교실 바닥 틈새에 빠트린 몽당연필과 지우개가 그렸다가 지우는 출렁거리는 하늘 내가, 할 수 있는 건 날마다 물가에 서서 얇아진 머릿속을 하얗게 지우는 물안개를...

-몽당연필/최이근- 내 오로지 쓰는 일만 하다가 몽땅 해졌다 밤새 백지위를 헤매다가 사각사각 잠마저 다 닳았다 더하고 곱하고...달라붙는 무수한 시어들 먹은 지우개 똥이 되어 굴러다닌다 시어 먹은 지우개똥 밭 이랑에 파종해 놓으면 바람이 불어와...

가끔은 어떤 누군가를 위해 몽당연필을 들어 보고 싶은 그런 날이 있습니다.. 가슴 설레임으로 기다려지는 작고 이쁜 편지 한통.. 거기엔 작은 사랑 한조각도 덤으로 붙어 옵니다.. 막연한 그림움보다는 사랑이 깃든 기다림이 아름답다..

사십여 년의 시간을 단박에 건너, 그 책자를 만들던 오후의 기억이 떠오른 건 그 순간이었다. 볼펜 깍지를 끼운 몽당연필과 지우개 가루, 아버지의 방에서 몰래 가져온 커다란 철제 스테이플러. 곧 서울로 이사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 뒤, 그동안 자투리...

詩가흐르는 텃밭文學 지우개 달린 몽당연필 봉화 유동환 지워버린 시간을 찾아서 아무도 살지 않는 초가집에 들른다 저나 나나 이가 빠지고 머리카락이 빠진 채 하얗게 빈자리를 마주보면서 남겨두어 버려진 어떤 것들과 떠매고 달아나버린 것들을 더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