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누가 울고 간다 / 문태준 밤새 잘그랑거리다 눈이 그쳤다 나는 외따롭고 생각은 머츰하다 넝쿨에 작은 새 가슴이 붉은 새 와서 운다 와서 울고 간다 이름도 못 불러본 사이 울고 갈 것은 무엇인가 울음은 빛처럼 문풍지로 들어온 겨울빛처럼 여리고 여러...

느림보 마음 시인 문태준 첫 산문집 저자 문태준 출판 마음의숲 발행 2009.07.06. 책 소개 은근한 사람 냄새를 풍기며 다가온 문태준 시인이 던지는 느리지만 느려서 더 강한 위로! 한국문단의 대표적인 서정시인 문태준의 첫 산문집 『느림보 마음...

스텝, 찰나의 숨결을 불어넣는 다정한 접촉, 영원을 떠올려도 욕되지 않는 역사는 티끌임을 아는 티끌들의 유랑뿐입니다 -『문태준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2025.02.16. - 티끌은 티와 먼지를 통틀어서 일컫는 말이니 아주 작은 것을 뜻한다. 그러나 ‘나...

평상이 있는 국숫집 / 문태준 평상이 있는 국숫집에 갔다 붐비는 국숫집은 삼거리 슈퍼 같다 평상에 마주 앉은 사람들 세월 넘어온 친정 오빠를 서로 만난 것 같다 국수가 찬물에 헹궈져 건져 올려지는 동안 쯧쯧쯧쯧 쯧쯧쯧쯧, 손이 손을 잡는 말 눈이 눈...

아침 문태준 새떼가 우르르 내려앉았다 키가 작은 나무였다 열매를 쪼고 똥을 누기도 했다 새떼가 몇발짝 떨어진 나무에게 옮겨가자 나무상자로밖에 여겨지지 않던 나무가 누군가 들고 가는 양동이의 물처럼 한번 또 한번 출렁했다 서 있던 나도 네 모서리...

손택수의 「먹기러기」 감상 / 문태준 먹기러기 손택수 (1970~) 달에 눈썹을 달아서 속눈썹을 달아서 가는 기러기떼 먹기러기떼 수묵으로 천리를 깜박인다 오르락내리락 찬 달빛 흘려보내고 흘려보내도 차는 달빛 수묵으로 속눈썹이 젖어서 시집 『붉은빛...

이영춘의 「봉평」 감상 / 문태준 봉평 이영춘 (1942~) 내 뼈는 커서 어른이 되었는데 내 속의 아이는 늘 거기서 자라고 있다 풀씨가 자라고 들판이 자라고 눈발 속에서 아버지가 돋아났다 집이 사라졌어도 아이는 늘 거기서 놀고 있다 핏줄이, 모발이, 다...

사귀게 된 돌 문태준 돌을 놓고 본다 초면인 돌을 사흘 걸러 한 번 같은 말을 낮게 반복해 돌 속에 넣어본다 처음으로 오늘에 웃으시네 소금 같은 싸락눈도 흩날리게 조금 돌 속에 넣어본다 📷 2025. 2. 7

맨발/문태준 어물전 개조개 한 마리가 움막 같은ㅇ 몸 바깥으로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닐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속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