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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 민병도 채우면 채운만큼 비워내야 그릇이다 너와 내가 서로 떠나 그리움을 꽃 피우듯 사랑도 테 없는 그릇, 비울수록 가득하다 《개화》 2024. 제35호

씨알의 노래 · 71 - 낙과의 시간 민병도 문득 흔들리다 목마름 앞에 서서 하늘 뜻 받들거나 땅의 마음 섬길거나 가던 길 끝난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되니 씨알의 노래 · 72 - 투신 민병도 하나 둘 몸을 던져 땅 위에 나뒹구는 도반들의 투신은 왜 그리...

통장 민병도 목 빠지게 기다려도 손님은 고작 한둘, 내가 가진 통장은 짝사랑의 환승역이다 그나마 눈 마주치자 바람처럼 빠져나가는 - 《좋은시조》 2024. 가을호

삶이란 민병도 풀꽃에게 삶을 물었다 흔들리는 일이라 했다 물에게 삶을 물었다 흐르는 일이라 했다 산에게 삶을 물었다 견디는 일이라 했다

붓 / 민병도 누천년 날을 세워 마음 곳간 지켜와도 엽전과 창칼 앞에 허리 한 번 굽힌 적 없네 이 땅의 새벽길 밝힌 칼보다도 시퍼런 붓 나는 내 주인인가 / 민병도 쓸쓸한 산책길을 그림자로 따라와서 놓이는 자국자국 풀꽃을 깔아주는 가까워 너무 먼...

귀거래사 /민병도 -횡재 전셋값과 화선지 값 쌓이는 책 감당 못 해 시골로 이사하면서 나도 부자 되었네 별 열 말 물소리 천 섬, 덤으로 온 달빛 만평 - 이목시조동인지 『카톡카톡』( 2024. 목언예원)

꽃 -민병도- 내가 시드느는건 내 잘못이 아니다 아파하지 말아라 시드니까 꽃이다 누군들 살아 한때 꽃 아닌 적 있었던가 .🤞✌😜😍❤😊💕💋💖👌🎁

먹물의 힘 민병도 백성을 흔들어도 소리는 제 풀에 죽고 국경을 손에 넣고도 창칼은 녹슬면 그뿐 붓 간 뜻 천년을 지킨, 먹물은 힘이 세다 - 《정형시학》 2024. 가을호

리어카 어렵게 구해 짐칸을 꾸미다가 배를 잡고 신음하던 어머니를 만났다 흙 묻은 발을 감추며 읍내 의원 실려가던 60년 가물가물 굽은 못을 펴는 사이 어머니가 끌고 달리는 숨이 멎는 헛구역질, 농약에 벼 대신 쓰러진 아버지도 만났다 고무신을 지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