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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조> 바람의 산란 배경희 모든 것이 사라져도 바람은 존재한다 수천 년 살아있는 흔들의 화석처럼 떠돌며 우리의 삶 속에 잔뿌리를 내린다 당신은 허공 속이 자궁에서 태어난다 힘들고 지친 자들의 울음을 파먹으며 온몸을 먹구름 속에 수없이...

다층이 뽑은 2022 올래의 좋은 시조집『사과의 진실』 중 자선시 당신의 고요 배경희 물속의 꽃다발을 지그시 누르면 떠오르려 발버둥을 치는 꽃이파리 더러는 물에 잠기기도 해 그것은 상처야 천천히 바닥으로 깊이 가라앉을수록 얼굴이 사라지고 바람도...

평범하지만 고전적인 격조 같은 것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심사위원 : 이종문(대표집필), 최영효 ━ 〈초대시조〉 꽃 진 자리 -배경희 봄이 오는 첫 길목에 목련이 피었다 초록이 길 낼 무렵 목련은 지고 있다 한순간 면목가증面目可憎처럼 아, 하고 꽃...

사이 검은색이 꿈틀한다 천년의 고요를 심장 속에 감추었나 한겨울 바람 소리에도 온몸이 붉어진다 — 배경희 〈검은 DNA〉 전문 위 시조를 쓴 배경희는 1967년 충북 청원에서 태어나 201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시집...

일어섰다 피 묻은 개를 보고 열심히 닦았는데 지워지지 않는 피에 고개를 돌렸다 온종일 은사시나무가 이쪽저쪽 뒤집혔다 ----------------------- 배경희 201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흰색의 배후』, 『사과의 진실』이 있다...

없어요 배경희 가슴이 아팠어요, 사진을 찍어보죠 네모난 철판 위에 가슴을 꼭 붙이세요 숨을 꼭 참아야 해요 지금이 안 보이니까요 겨울 덤불이 많은데, 숨 쉬고 살았나요 어디서 일을 해요 섬유공장에서 일해요 안개도 많이 끼어서 길을 찾을 수 없어요...

것은 오래된 까닭입니다 경계의 꽃집에서 마냥 기다리는 바람들은 지상의 화분들을 하나씩 지워갑니다 고요는 들풀 사이에서 바람을 지웁니다 배경희 201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조집 『흰색의 배후』 『사과의 진실』 《나래시조》 2024년 봄호

배경희 시조집 『사과의 진실』 시인동네 2022. 09. 08

농담 배경희 가을의 지느러미 빈집으로 돌아간다 멀리 돌아온 산책은 바람의 이야기 되어 낙엽을 이해한 햇빛이 헐렁하게...화분을 정리한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기에 숲 속을 도정하는 햇빛, 고요가 씻고 있다 《오늘의시조》2024. 제1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