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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헤스의 픽션들처럼 이명숙 거기 벽이 있었어 그땐 왜 몰랐을까 구멍이 숭숭 뚫린 벽이 거기 있었어 새하알, 혹은 새까만 화지에 핀 꽃말들 추상적인 도발은 눈발처럼 섞이고 거룩한 유희처럼 거슬리는 진술들 번듯한 묘사도 없이 또 하루를 살았다...

가방 속 보르헤스 외 4편 홍정미 내 가방 속에는 보르헤스의 미로로 가득하다 둥글둥글 낯선 미로, 우물우물 복잡한 미로 흥미로운 소문에 갇혀버린 미로 시간의 무한한 갈라짐으로 속수무책인 미로 앞뒤가 맞지 않는 초고가 뒤죽박죽 엉켜 있는 가방 속...

느낀다. 여럿인 나, 하나의 그림자인 나, 둘 중 누가 이 시를 쓰는 것일까? 저주가 같을지면 나를 부르는 이름이 무엇이 중요하랴? 그루삭이든 보르헤스이든, 나는 이 정겨운 세상이 꿈과 망각을 닮아 모호하고 창백한 재로 일그러져 꺼져가는 것을...

그 정원의 끝에는 문이 있네 동서남북 어디에도 모서리가 없는 둥그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문들이 작은 고리를 달랑거리며 있네 당기면 녹슨 돌쩌귀 소리내며 삐걱 열리는 문, 그 속에 조금 더 큰 문고리 달려 있는 또 다른 문이 있네, 다시 열어 보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