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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이 안 맞은 사진을 지우려고 하다가 한참 바라본다. 뭐가 어긋났는지 딱 알 수 있는 순간이라서.

사진은 장비보다 태도라는 말을 믿고 찍었다. 하지만 어떤 순간은, 의지만으로 담을 수 없었다. 좋은 사진은 결국...

* 사진 출처: https://band.us/band/77300756/post/642 망빈 :: 5만냥 와인클럽 ★ 부산 초보 와인모임 | 밴드 【5만냥 와인클럽】은 모임 전체회비(와인값 + 식대/콜키지)를 5만원 범위내에서 책정, 참석자들의 회비부담을 최소화해서 모임을 진행하는...

나는 이렇게 뜨면서 안되네ㅠ

몇 년 전에 찍은 사진을 다시 봤다. 그땐 좋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낯설게 느껴졌다. 기억은 그대로인 줄 알았는데 사진 속 감정이 달라져 있었다. 기억을 저장하는 줄 알았지만 사실은 조금씩 바뀌는 감정을 그때의 모습으로 붙잡아 두는 일인지도 모른다.

사진을 찍다 보면 무엇을 담을지보다 무엇을 비워둘지가 더 중요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프레임 안에 아무것도 없는 공간. 사람이 지나간 자리, 말이 끝난 뒤의 침묵 같은 것. 비어 있는 쪽에서 느낌이 더 크게 번질 때가 있다. 그게 사진일 때가 있다.

셔터를 눌렀는데 사진이 흔들렸다. 예전엔 흔들리면 바로 지웠다. 다시 찍으면 되니까. 그런데 요즘은 흔들린 사진을 가끔 남겨둔다. 그날의 망설임, 손의 떨림, 마음의 조심스러움 같은 게 그 흔들림 안에 남아 있는 것 같아서. 완벽하진 않아도 기억에는...

어느 날, 사진을 찍으려다 말았다. 빛이 좋았고 구도도 마음에 들었는데, 그 순간 누군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렌즈를 들 수가 없었다. 그날 이후, 그 장면은 사진이 아니라 기억으로 남았다. 시간이 지나도 희미해지지 않는다. 기억 속 사진은 찍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