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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 도종환 산벚나무 잎 한쪽이 고추잠자리보다 더 빨갛게 물들고 있다 지금 우주의 계절은 가을을 지나가고 있고, 내 인생의 시간은 오후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에 와 있다 내 생의 열두시에서 한시 사이는 치열하였으나 그 뒤편은...

가을 오후 / 도종환 고개를 넘어오니 가을이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다 흙빛 산벚나무 이파리를 따서골짜기 물에 던지며 서 있었다 미리 연락이라도 하고 오지 그랬느냐는 내 말에 가을은 시든 국화빛 얼굴을 하고 입가로만 살짝 웃었다 웃는 낯빛이 쓸쓸...

산벚나무 도종환 아직 산벚나무 꽃은 피지 않았지만 개울물 흘러내리는 소리 들으며 가지마다 살갗에 화색이 도는 게 보인다 나무는 희망에 대하여 과장하지 않았지만 절망을 만나서도 작아지지 않았다 묵묵히 그것들의 한복판을 지나왔을 뿐이다 겨울에...

시집 <해인으로 가는 길>,도종환 지음 <슬픔의 뿌리> 이후 4년 만에 펴낸 도종환의 신작 시집. <접시꽃 당신>, <당신은 누구십니까>으로 잘 알려진 시인이 2004년 지병으로 교단을 떠나 깊은 산속에 집을 짓고 살면서 쓴 시편들을 엮었다. 시인이 일구어온...

봄비에 화사하던 꽃을 다 잃고 거덜난 산벚나무처럼 나도 거덜난 심정으로 나무를 바라보고 있다.

시 하나를 조용히 왼다. “아직 산벚나무 꽃은 피지 않았지만/ 개울물 흘러내리는 소리 들으며/ 가지마다 살갗에 화색이 도는 게 보인다/ 나무는 희망에 대하여 과장하지 않았지만/ 절망을 만나서도 작아지지 않았다”(도종환, ‘산벚나무’)♣(2015.6.19...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경박해지지 않고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요란하지 않았다. 묵묵히 묵묵히 걸어갈 줄 알았다 절망을 하찮게 여기지 않았듯 희망도 무서워할 줄 알면서 도종환 산벚나무 중에서

어김없이 밤은 찾아오고 오늘도 운명처럼 바람은 부는데 왜 어디에도 없는가, 너는 - 도종환 시‘스물 몇 살의 겨울‘모두 산벚나무 잎 한쪽이 고추잠자리보다 더 빨갛게 물들고 있다 지금 우주의 계절은 가을을 지나가고 있고, 내 인생의 시간은 오후...

꽃 지고 난 뒷설거지라도 나무를 거들고 싶다 첫 월급봉투처럼 두근거리며 봄인 나무와 딱 한 번, 접 붙고 싶다 산벚나무 도종환 아직 산벚나무 꽃은 피지 않았지만 개울물 흘러내리는 소리 들으며 가지마다 살갗에 화색이 도는 게 보인다 나무는 희망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