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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제전(祭典) 송찬호 마침내 겨울은 힘을 잃었다 여자는 겨울의 머리에서 왕관이 굴러떨어지는 것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지켜보았다 이제 길고 지리한 겨울과의 싸움은 지나갔다 북벽으로 이어진 낭하를 지나 어두운 커튼이 드리워진 차가운 방에...

백한 번째의 밤 / 송찬호 촛불 세 자매는 밤을 맞을 채비를 했다 식탁을 치우고 은접시를 닦고 아궁이 불을 꺼뜨리고 동면에 들어갈 벌들에게 캄캄한 꿀을 먹였다 이윽고 밤이 찾아왔다 커튼이 드리워지고 문들은 굳게 닫혔다 현관엔 무거운 쇠구두가...

저녁별 송찬호 서쪽 하늘에 저녁 일찍 별 하나 떴다 깜깜한 저녁이 어떻게 오나 보려고 집집마다 불이 어떻게 켜지나 보려고 자기가 저녁별인지도 모르고 저녁이 어떻게 오려나 보려고 ㅡ동시집 《저녁별》 문학동네, 2015.

이설야 시인〉 Tzvi Erez plays Solfeggietto in C Minor by CPE Bach 난 고양이로소이다 - 예스24 ‘만년필’의 시인 송찬호 시인의 두 번째 신작 디카시집 『난 고양이로소이다』가 도서출판 작가의 한국디카시 대표시선 9번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 ​ ​ 촛불 / 송찬호 촛불도 없이 어떤 기적도 생각할 수 없이 나는 어두운 계단 앞으로 나아갔다 그때 난 춥고 가난하였다 연신 파랗게 언 손을 비비느라 경건하게 손을 모으고 있을 수도 없었다 그런데 얼마나 손을 비비고 있었을까 그때 정말 기적처럼...

담쟁이넝쿨이 동물 해부학을 들여다보다 송찬호​ 오후 세시, 동물 병원은 고요하다 뚱뚱한 의자와 털이 잘 빗겨진 의자와 리본과 방울을 단 의자와 발톱에 빨간 매니큐어를 칠한 의자가 둘러앉아 소곤거리고 있 다 오늘은 출장 진료도 없었고 전화 벨 소리...

까마귀의 책 읽기 송찬호 공원엘 갔는데 까마귀가 벤치에 앉아 큰 소리로 책을 읽고 있었다 "호두나무에 빨간 꽃이 피었습니다" 호두나무에 빨간 꽃이 핀대,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킥킥거리고 웃자 조금 당황한 까마귀는 자세를 가다듬고 더 큰 소리로 책을...

소년한국일보 시낭송 캠페인 로드킬 송찬호 네 바퀴 달린 고양이가 도로를 쌩쌩 달리다 자동차를 쳤다. 자동차는 피가 나고 많이 부서졌다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고양이가 투덜거렸다 갑자기 거기서 자동차가 달려나올 게 뭐람 고양이는 자동차를...

https://youtu.be/ankKZ0D1Isc?si=AIs7CvwqpvwIV-Kt 동백이 활짝 송찬호 마침내 사자가 솟구쳐 올라 꽃을 활짝 피웠다. 허공으로의 네 발 허공에서의 붉은 갈기 나는 어서 문장을 완성해야만 한다 바람이 저 동백꽃을 베어물고 땅으로 뛰어내리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