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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 시집가던 날 공화순 봄날이 지천으로 꽃방석을 깔아놓고 말갛게 씻고 나온 초록이 손 흔든다 손님을 맞으려는지 동네가 소란하다 오전 내 비 소식에 그물대던 하늘빛 비 그치고 쨍해서 안 나가고 못 배기는 누군가 딱 죽고 싶다던, 화창한 어느 아침...

울 언니 시집가던 날/ 흰 수정 나이차 있는 언니 시집가던 날 전통 혼례로 집에서 꽃단장한 울 언니 예쁘다 연지 곤지 찍고 얌전히 앉아서 색시 놀음 발 절인다 가슴은 콩닥콩닥 수줍어하며 부끄러워 고개 숙이고 볼그스름한 행복이 곱게 곱게 보인다

행뽁하게 잘 사세요^^

소풍 가던 날 이석구 경술년이었던가 궁핍한 열한 살 소년의 소풍은 화려한 고통이었어 이십 원쯤 받아든 어린 마음이 낡은 싸릿문 잡고 울었어 쫀드기야 몇 개 살 수 있는 돈이었지만 여러 밤을 설치며 들떴던 마음엔 턱없이 부족했지 노랑 파랑 빨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