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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업 몽환도 하늘은 파아랗고 햇살 눈부시고 낭창낭창 허리 감아오는 수크령 사잇길 은발 들추고 귓볼 만지고 가는 바람에 잠시 눈 감았을 때 순간이동 된 어느 수풀 속 앳된 사랑 입술 닿을듯 말듯 뜸들이다 복숭아 한 조각 베어 무는데 어쿠, 잔돌에...

연잎 접시 절에 놀러갔다가 발우 공양을 체험하면서 손이 아닌 입으로 하는 설거지도 있구나 했는데 거동도 불편한 늙은 보살님 어쩌다 누군가 흘린 밥알 몇 톨 주워 행구어 자시는 걸 보고 그 환한 얼굴을 보고 마음으로 하는 설거지도 있는 줄을 알았다...

평범한 날 별다른 약속이 없으니 서두를 것이 없고 찾아올 손님이 없으니 긴장할 것이 없고 갈 곳을 아는 오래된 운동화와 익은 산책을 하고 돌아와서는 헐렁한 옷을 입고 된장찌개에 밑반찬 두어가지 속이 편하다 셀레어 들뜰 것도 맘 조릴 것도 해는...

<불면증 처방전> 볕 좋은 날 열어놓은 장독 뚜껑에 쌓인 햇살 두어 됫박 감또개 똑똑 떨어지는 감나무 위로 이른 초저녁별이 뜰 때 어머니가 등에 업고 불러주던 자장가 서너 소절 창 밖에 흔들리던 것들 다 북이 되게 하는 빗소리 두어 사발 상처가 무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