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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잠깐 빛나는 폐허 / 심보선 전날 벗어놓은 바지를 바라보듯 생에 대하여 미련이 없다 이제 와서 먼 길을 떠나려 한다면 질투가 심한 심장은 일찍이 버려야 했다 태양을 노려보며 사각형을 선호한다 말했다 그 외의 형태들은 모두 슬프다 말했다 버드...

첫줄 심보선 첫 줄을 기다리고 있다. 그것이 써진다면 첫눈처럼 기쁠 것이다. 미래의 열광을 상상 임신한 둥근 침묵으로부터 첫 줄은 태어나리라. 연서의 첫 줄과 선언문의 첫 줄, 어떤 불로도 녹일 수 없는 얼음의 첫 줄, 그것이 써진다면 첫아이처럼...

그 이야기는 지평선이나 고향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지만 나는 압니다. 나는 오늘 밤, 내게 주어진 유일한 선물인양 ‘너는 말이야’, ‘너는 말이야’를 수없이 되뇌며 죽음보다도 평화로운 잠 속으로 서서히 빠져들 것입니다. 심보선 / '나'라는 말, 中에서

착각 - 심보선 ​ 구름이 내게 모호함을 가르치고 떠났다 가난과 허기가 정말 그런 뜻이었나? 나는 불만 세력으로부터 서둘러 빠져나온다 그러나 그대들은 나의 영원한 동지로 남으리 우리가 설령 다른 색깔의 눈물을 흘린다 한들 굳게 깍지 꼈던 두 손이...

책 제목보고 책을 사지 않으리라 결심하고 결심하였건만 "그쪽의 풍경은 환한가"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책을 사지 않을수 없었다. 작가가 좋아서 아니고, 책의 내용이 좋아서 아니고, 그저 "그쪽의 풍경은 환한가"라는 아홉글자에 매료되어서. 주옥과 같은...

축복은 무엇일까 나는 아이가 없다 나는 아이가 없다 아이가 있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내 앞으로 뛰어가는 아이를, 얘야, 하고 불러 멈춰 세운다는 것은, 그때 저 앞에 정지한 그림자가 내게서 떨어져 나온 작은 얼룩임을 알아챈다는 것은 아이의 머리칼에...

인증을 긁적거리며 심보선 내가 아직 태어나지 않았을 때, 천사가 엄마 배 속의 나를 방문하고는 말했다. 내가 거쳐온 모든 전생에 들었던 뱃사람의 울음과 이방인의 탄식일랑 잊으렴. 너의 인생은 아주 보잘것없는 존재부터 시작해야 해. 말을 끝낸 천사...

[김소연의 시인이 사랑한 단어] 심보선, ‘인중’ 중앙일보 입력 2023-05-31 00:36:00 김소연 시인 신체를 시의 주요한 모티브로 데려온 적 없는 시인은 없을 것이다. 얼굴과 얼굴을 특징짓는 이목구비, 머리카락 같은 것은 너무 자주 사용해왔고 계속해서...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66501 [김소연의 시인이 사랑한 단어] 심보선, ‘인중’ | 중앙일보 이 시를 처음 읽었을 때 나는 ‘인중’을 시에서 처음 본 것 같았다. 이미 어떤 시인이 사용한 적이 있을 수 있겠지만, 처음 본 듯한 느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