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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가시밭 안정옥 나무들은 있음으로 제 몸이 부풀다 터지면 5월이 오고 무성한 잎들이 그늘을 맞이하면 사방 모든 걸 볼 수 있는 도마뱀처럼 나무는 별 거리낌이 없다 격하게 흔들리는 건 언제나 바깥이다 아침, 벚나무가 길게 늘어선 길을 지나왔다 잎...

은빛 5월의 창가에 앉아있네. 커피 한 잔과 오선지 놓여 있는 오두막 지붕을 음울하게 때리는 빗방울아 그 곡을 들으며 마시는 감미로움을, 그러나 내 옆의 불화들이여 방금 벌목한 트럭이 지나며 마지막 남았을 수액을 흘리고 가네. 그렇게 스쳐갔다는 것...

바람 바람 겨울 삽교호는 얼어서 단단했고 제방 위에 포장집들 바람에 쿨럭이며 사람들은 앉거나 서서 멍게 안주로 소주를 마시면 멍게는 그대로 있고 바람만 삼켰다 포장집 사이로 위쪽은 바다 부서지는 바다에서 바람은 왔고 바람으로 삽교호는 숨이...

찾아 먹는다”라고 말한다. 시인은 일용할 양식처럼 매일 신문 읽는 것을 빵지순례에 비유하여 재미있게 묘사하고 있다. 안정옥 시집 나의 온 삶은 훨씬 짧게 130 * 226 * 10 mm 96쪽 빛들이 흩어지는 일몰에는 서러움이 몰려온다. 눈앞의 풍경은 이내...

반경환 명시감상: 엄재국, 반칠환, 최승호, 안정옥, 우종숙, 현상연 --- 애지 2024년 겨울호에서 백비탕 엄재국 누가 불 지폈을까? 부글부글 살구꽃 한 세상이 담장을 넘쳐 흐른다 건더기 없으면 넘치지 않을 맑은 물의 봄 사람들은 봄빛에 지쳐...

안정옥 시집 {나의 온 삶은 훨씬 짧게} 출간 안정옥 시인은 1990년『세계의 문학』을 통해 등단했고, 시집으로 『붉은 구두를 신고 어디로 갈까요』, 『나는 독을 가졌네』, 『나는 걸어 다니는 그림자인가』, 『아마도』, 『헤로인,』 『내 이름을 그대가...

죽은 척하기 안정옥 곰을 만나면 죽은 척, 그러나 곰과 맞닥트린 적이 없다 동물원의 곰 발걸음은 멈춰있는 마침표로 그에게 나도 여전히 멈춰있는 마침표 일 것이다 죽은 척하는 사람, 주머니 속에는 숨겨둔 손이 있다 무엇을 할지는 그 다음일이다...

다른 쓰임새 안정옥 죽어, 그 사람을 가져갈 수 있나 어수선하게 펼쳐놓은 책들 위로 그러나 무엇 하나 남겨 놓지 말고 다 비워둬라 새의 지저귐 없다면 잘못된 일이다 나의 지저귐 없다면 온전함 아니다 나의 쓰임새는 눈뜨면서부터 누군가를 향해...

죽음에 관한 시론(詩論) ---안정옥의 시세계 신상조(문학평론가) 1. 보르헤스가 우주를 도서관으로 상상한 것은 너무도 유명하다. 그의 단편 「바벨의 도서관」은 이렇게 시작한다. “다른 사람들이 ‘도서관’이라 부르는 우주는 육각형 진열실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