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눅진해진 발 붉은 흙이 발바닥 어루만지니 꿈틀꿈틀 유년의 기억 더듬는다 책보자기 허리에 질끈 매고 황톳길 오가던 여남은 살 계집애 뒤축 닳고 구멍 난 고무신 발가락도 늘 붉은 흙투성이였지 장마철 썰매장보다 미끄럽던 황토고개길 넉장거리...

어린 소년에게 손을 이끌린 맹인, 아랫도리로 바닥을 쓸며 움직이는 신체 부자유자, 갓난아이를 업은 젊은 연인, 그리고 여남은 살짜리 소년 가수 등…… . 이들은 한결 같이 노래를 불렀다. 라디오 스위치가 아니라서 끌 수도 없는 차중에 지루한 노래가...

같은 현실이 얼마나 황망했을까. 때론 집에 총알이 날아들어 벽에 구멍이 뚫리기도 했다. 물고 뜯기는 전쟁의 틈바구니에 여남은 살 되는 자식과 남편을 남겨두고 떠나는 어머니의 발걸음이 천근만근 무거워 쉽게 떨어지지 않았으리라. 어머니는 그렇게...

관원들은 높은 사람을 처음 만난 신병처럼 바짝 얼어붙었다. 그러나 길패트릭의 눈에는 엔초의 곁에 있는 검은 머리의 여남은 살 남짓한 어린 소년이 먼저 들어왔다. 그는 일부러 표정을 밝게 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영식은 어쩐 일로...

교과서를 통해 고사성어를 배우지 않을 때까지, 한참 동안 진달래꽃을 볼 때마다 그 두견새는 어떻게 되었을까. 여남은 살이던 내가 이해할 리 만무하면서도 늘 의문으로 남았다. 아버지께서 읊어주던 ‘시’ 들이 나의 무의식 속 깊은 곳에 저장되었다가...

하셨다는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아예 없지만, 시골 노인네 같지 않던 할머니 모습은 잘 보관된 흑백사진처럼 생생하다. 여남은 살 안팎의 봄날, 난 마당 가에 우뚝 선 오동나무 아래서 놀고 있었다. 어른 키와 엇비슷하던 나무는 몇 년 사이에 초가지붕...

친구들과 함께 고누 놀이하며​ 세상을 배워 나갔던 어린 날의 영상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어느새 아득한 시간을 거슬러 여남은 살 그때의 나로 돌아가 있다. 요즈음 나는 시시때때로, 푸른 하늘빛을 받으며 천둥벌거숭이처럼 천방지축​ 쏘다녔던 고샅길을...

간다. 장지문을 사이로 어머니의 편지 낭송은 구성지게 들리고 엄동설한 찬바람에 문풍지 도 떨며 우는 소리를 낸다. 그때 여남은 살 이었던 나와 내 동생 들은 어머니의 편지 낭송을 들으며 잠이 들곤 했었다. 식어가는 무쇠 화로를 껴안고 뒤적이시며...

같은 공간을 재차 찌렁찌렁하게 두드리는 소리에 다급해진 현관문을 밀친다. 낯익은 얼굴이다. 전에도 왔던 여인이다. 나보다는 여남은 살 정도 나이가 적은 듯한 그녀가 반갑게 인사를 한다. 어색한 인사를 받으며 그녀를 위아래로 훝어본다. 삶의 무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