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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유계자 들판으로 나온 세 살 환이가 물었다 어게 머야 민들레, 빙글빙글 손가락마다 노랗게 꽃이 핀다 네 살 환이가 물었다 이게 뭐에요 그건 토끼풀 깡충깡충 풀밭을 뛰어다닌다 해가 바뀌고 다섯 살이 되었다 이건 뭐에요 강아지풀이란다 아! 이거...

어머니를 대출합니다 유계자 겉표지가 낡아 덜렁거린다 풀로 붙이고 표지를 싸매고 첫 장을 열었다 훅 풍겨오는 곰팡내 책 비듬이 떨어진다 까실까실한 글자들로 들어차 손끝이 찔려 바로 돌려줄까 고민하다 이왕 빌렸으니 꼼꼼히 읽기로 했다 한쪽이...

이선희의 애지문학회 카페에서 ----황박지현, 김길중, 유계자의 시 맑은 고딕체 황박지현 어느 각도에서 어디를 보아도 참 반듯하고 단아한 자태 네모는 네모의 정석 동그라미는 동그라미의 정석 어떤 장식도 허용하지 않는다 휘어짐 없는 꼿꼿한 선은...

글피도 채우고 싶은 내 앞에, 오늘도 딱 한 번 뜨거운 종이컵아. 〈반칠환 시인〉 Gently Blue - Snowflake 물마중 - 예스24 유계자의 첫 시집 『오래오래오래』에서 “각각의 시어들로부터 퍼져나가는 정서적 울림의 동심원들이 서로 부딪치고 겹쳐지면서...

달력을 바꿔 거는 동안 유계자 벚나무는 자꾸 꽃잎을 흘리는데 빈 그네에 노을이 앉아요 나를 안고 그네를 타던 엄마의 붉은 구두는 놀이터를 벗어나 어디를 걷고 있을까요 주방에서 쌀국수 삶는 냄새가 나지 않고 날마다 할머니의 잔소리가 밥상 위에...

갈매기 찻집 유계자 파도를 걸어놓은 유리창 물빛쟁반을 들고 여자가 주문을 받는다 나는 함초 밭에 버려진 폐선같이 녹슨 목소리로 시그니처를 주문했다 팽팽하게 고삐를 쥔 물보라를 끌고 한 척의 배가 찢어진 고백을 싣고 뱃고동 소리를 흘리며 간다...

등꽃 목욕탕 외 1편 유계자 꽃 뭉치가 샤워기 같다 일 년에 단 열흘만 개장한다는 등꽃 목욕탕 강변의 사각정에 올려놓은 등꽃, 사방에서 틀어놓은 샤워기처럼 보라색 물이 쏟아진다 등꽃 그 뜨신 향기에 먼저 민들레가 몸을 담그고 멧비둘기도 날개를...

그녀의 굽은 등에 파도가 친다 오롯이 숨의 깊이를 다녀온 그녀에게 둥근 테왁 하나가 발 디딜 곳이다 슬픔의 중력이 고여 있는 물의 그늘 속에 성게처럼 촘촘히 박힌 가시 물옷 속으로 파고드는 한기엔 딸의 물숨이 묻어있다 끈덕진 물의 올가미 물숨을...

아날로그로 짚어내는 기억과 아포리즘, 그 시의 힘들 ----유계자의 {물마중}의 세계 권혁재(시인) ■ 이번 출간한 유계자의 세 번째 시집인 『물마중』은 아날로그로 짚어내는 기억과 아포리즘이 갖는 삶의 교훈과 그가 추구하고자 하는 근원적인 시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