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쉴 만한 물가 -육호수 당신과 개울을 건너다 나는 알아버렸지. 살아서 건너야 할 개울이 이렇게 깊을 리 없다고. 그러나 당신이 앞으로, 앞으로 가자고 했으므로, 나는 앞으로 갔다. 가고자 했으나 바닥에 발이 닿지 않았다. 당신은 이곳으로, 이곳으로...

희망의 내용 없음 / 육호수 우리가 우리에게 발각되지 않는 곳으로 가자 더 많은 공기를 정화할 더 많은 하파가 필요한 오래된 세계에서 더 많은 빙하를 녹일 더 많은 체온이 더 많은 어둠을 흡착할 더 많은 악몽이 더 많은 멸종을 지켜봐줄 더 많은 마음...

희망의 내용 없음 우리가 우리에게 발각되지 않는 곳으로 가자 ​ 더 많은 공기를 정화할 더 많은 허파가 필요한 오래된 세계에서 ​ 더 많은 빙하를 녹일 더 많은 체온이 더 많은 어둠을 흡착할 더 많은 악몽이 더 많은 멸종을 지켜봐줄 더 많은 마음이 필요...

물끄러미, 여름 [육호수] 거울에 붙은 모기를 죽이려다 무언가를 죽이려 다가가는 얼굴을 들켰다 웅덩이에 빠져 몸을 휘젓는 지렁이를 빤히 바라보다 깜짝 놀라 지렁이를 건져냈다 정오의 태양은 태양으로 가득했고 손차양을 하다 손등에 난 점 하나를...

회복/육호수 이제, 거듭 빈 어항이 빈 방을 채운다 빈 어항 앞에 앉아보면 빈 어항에 빈 방을 채우게 된다 이제 빈 어항으로 백지를 채울 수 있다 그럴 수 없다면 더 좋았겠다 나는, 거듭 빈_ _ _

｜ 이 시인의 징후독법 ｜ 육호수 ｜ 작품론 ｜ 시 쓰기 / 꿈 쓰기 최선교 (문학평론가) 육호수의 시를 읽고 꿈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대다수의 시편에 등장하는 꿈이라는 소재는 실현하고 싶은 이상이나 소망이 아니라, 잠을 자는 동안의 정신...

And Piano In A Minor, D.821 - 1. Allegro moderato 영원 금지 소년 금지 천사 금지 - YES24 문학동네시인선 188번으로 육호수 시인의 두번째 시집을 펴낸다. “사물이 갖고 있는 뉘앙스를 건져내는 데 탁월한 감각이 있”(심사위원 박성우 안현미 유종인...

최현우의 「나의 실패 –날개 달린 것들」 평설 / 육호수 나의 실패 -날개 달린 것들 ​ 최현우 ​ ​ 여름과 매미 평범한 짝꿍 이제 짐짓 아는 체하는 일에 지쳤어 여름이고 다 자라버려서 매미가 울고 있을 뿐인데 거기서 비의와 교의를 찾는 일 따위 ​ 매미가...

지난 계절 도착한, 상실과 기억의 시 / 육호수 이번 가을에는 이태원에서 말로 하기 힘든 참사가 있었습니다. 그날의 사건 이후 한동안, 무언가를 읽고 쓰는 게 두려웠습니다. 아마 많은 시인과 작가들이 비슷한 경험을 하지 않았을까 짐작해 봅니다.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