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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백 26 / 이광 꽃은 꽃이라서 제 스스로 피어나고 꽃은 또 꽃이기에 기어이 지고 만다 꽃처럼 살다 간 생애 바치는 꽃 한 송이 - 『좋은시조』 (2024 가을호 37)

돌쩌귀 이광 애초에 열기 위해 달아둔 문 아니던가 걸쇠나 자물쇠로 틀어막고 있는 동안 문설주 틈에 갇힌 채 긴 침묵 감내한 귀 꾹 다문 문을 향해 바람이 거세진다 삐걱대는 이야기가 남의 일 같지 않아 듣다가 한 몸이 되어 제 울음 내뱉는 귀 《좋은...

밀물 이광 더는 더 가질 못해 돌아서야 했던 나날 하지만 또 한 걸음 그를 향해 내민 발길 한 번도 품어준 적 없어 해일로도 오곤 했다 ㅡ계간 《상상인》(2024, 여름호) --------------------------- 이광 / 2007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등단. 시조집...

봄은 절로 오지 않는다 이광 1. 정월 얼붙은 날 서슬 퍼런 경계 뚫고 숨죽여 잠입해온 척후의 눈빛이다 산 어귀 마른 수풀사이 피어나는 개나리 동장군 칼바람에 움츠리고 지낼 동안 쓰러질 줄 알면서도 맞서 싸운 꽃이 있어 새봄은 뜻을 세우고 있는 힘껏...

무꽃 피던 날 / 이광이 초봄 아침 볕이 남창 왼편에서 작은 삼각형으로 들어온다. 예각이 둔해지면서 빛은 점점 거실 안을 비춘다. 밥상 모서리에서 빛나다가, 밥을 다 먹을 때쯤이면 등 뒤에 와 있다. 일 없는 날 아침은 느긋하고 한가롭다. 베란다...

궁금쓰 아는사람???

낮달 이광 이 길을 너 만나러 실눈 뜨고 건너간다 넌 내가 휘영청 빛나기를 바라지만 한낮에 파리한 민낮 하릴없이 드러낸다 부신 해에 가린 생은 안 봐도 그만인가 밤이 주는 황금빛 꿈 난들 왜 없겠는가 어쩌랴, 비정규직의 맡은 역을 해낼 뿐 -《시조21...

설법 이광 하늘이 눈을 내리네 참 고요한 말씀이다 한마디 또 한마디 받아 적는 목마른 땅 포근히 감동에 잠겨 눈 그치자 눈부시다 -《 나래시조 》 2024년 봄호

김정 선생님 제33회 나래시조문학상, 이광 선생님 제10회 올해의 단시조대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시상식은 8월 10일 2024 문경새재 여름시인학교에서 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