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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 이덕규 낯선 사람들끼리 벽을 보고 앉아 밥을 먹는 집 부담없이 혼자서 끼니를 때우는 목로 밥집이 있다 혼자 먹는 밥이 서럽고 외로운 사람들이 막막한 벽과 겸상하러 찾아드는 곳 밥을 기다리며 누군가 곡진하게 써내려갔을 메모 하나를 읽는다...

고슴도치 / 이덕규 시창고 고슴도치 / 이덕규 -진화 예측론 고슴도치를 보았습니다 숲 곳곳에 난무하던 칼들이 그의 등에 다 꽂혀 있었습니다 어디, 내게 더 꽂을 칼이 없냐는 듯 착한 눈을 꿈벅이고 있었습니다 몸 전체가 칼집이 되어 잔뜩 웅크린 채...

큰 황소가 한겨울 먹고 놀면 사람이 생쥐만하게 보인다는데요 무엇이든 그냥 닥치는 대로 꾹, 밟고 싶어진다는데요 아—흐, 몸이 근지러워 말뚝에 치대고 들이받고 비비는 놈을 바로 논밭으로 밀어 넣으면 씨근덕 불끈덕 삐뚤빼뚤 갈지자로 갈아대기 일쑤...

ㅜㅜ 내가 유일하게 구독한 사람들임

풍향계 / 이덕규 꼬리 지느러미가 푸르르 떨린다 그가 열심히 헤엄쳐가는 쪽으로 지상의 모든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그 꼬리 뒤로 빛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더 멀리 사라져 가는 초고속 후폭풍의 뒤통수가 보인다 그 배후가 궁금하다

농부/이덕규 ​ 나는 그 옛날 어떤 막막한 몸이 이 땅에 떼어 던진 제 살 한 점이다 나는 캄캄한 흙속에서 사람이라는 종자로 싹을 틔운 최초의 기쁨이다 나는 척박한 땅에 사무치는 당신의 간절한 고수레 한 점이다 ​ 도굴/이덕규 둥근 마제석기처럼 캄캄...

파업 / 이덕규 진료를 거부한 의사들이 가운을 벗어놓고 병원문을 나섰다 파업 흔한 시절, 돈이 안 된다며 문화체육부나 예술위원회 앞에 가서 이제 우리 시 안 쓰겠다고 으름장을 놓자던 시인도 있었다만 이 기회에 농부들도 흙 묻은 작업복과 장화를...

밥집이 있다 혼자 먹는 밥이 서럽고 외로운 사람들이 막막한 벽과 겸상하러 찾아드는 곳 밥을 기다… www.donga.com 혼밥 / 이덕규 『동아일보/나민애의 詩가 깃든 삶』 ▷원본 바로가기 사진 〈Bing Image〉 흰 죽 이 덕 규 어느 가난한 흰빛의 최후를...

사람의 본모습을 길어올리는 시선 인간 시선의 구석과 그 구석 속 존재들을 밝히고, 그들에게 시의 자리를 내어주었던 이덕규가 네번째 시집을 세상에 내보인다. 문학동네시인선 189번 『오직 사람 아닌 것』이다. 그 스스로 자임하듯 시인은 “캄캄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