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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 이숙경 한 마리 새가 되어 설원으로 날아가리 마음 닿는 거기서 극점이듯 만날 우리 마지막 찰나를 위해 광년을 벼려 왔다 함부로 소멸하지 않을 우주의 한 행성 삼엄한 궤도 따라 위도로 올라온 내가 태양을 벗어난 네가 춤을 춘다 춤춘다 막다른...

모과, 꽃말처럼 이숙경 매무새 붉게 여민 꽃 중의 꽃이고자 늦되게 터진 말문 드문드문 피어나 줄기에 골이 패도록 강단을 품고 사네 풍파를 견뎌야만 향기를 쟁이는 법 꼭 쥔 손에 만져지는 울퉁불퉁 지나온 길 못생겨 탐할 리 없다는 말쯤이야 대수랴...

수국이 세 번 피고 세 번 지는 동안 이숙경 오늘을 갖자마자 어제를 다 버렸다 저녁이 오기도 전 그마저 또 버렸다 내일을 몹시 탐하는 여전한 중독이다 누구나 그럴거야 너스레를 떨다가도 아무도 없을 거야 나무라며 살아가지 어렵다 하고많은 날 하루를...

맹꽁이 이숙경 동안거보다 더 깊은 동면의 깨달음이다 미련을 버려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 터 울어라 눈이 붓도록 긴긴 우기 짧은 밤 -『가장자리 물억새』, 작가 2024.

다카포 마디마디 움트는 숨 그 숨결 고르며 새소리 물소리로 목청을 푼 빗소리로 허공에 울려퍼지다 돌아오는 너의 노래 여리고 감미로워 허릿살 낭창한 곳에 슬프고도 아름다워 뱃심 우묵한 곳에 벅차게 품어도 좋을 도저한 밀약의 노래 모천을 거슬러 온...

앞만 보고 지나치던 후미진 길모퉁이 하얀 벽 말미에 쓴 절절한 문장의 꽃 발걸음 멈춘 곳에서 무릎 절로 구부린다 깨진 바닥 틈바구니 실낱 같은 흙길을 한동안 두근거리며 종종댔을 꽃씨 몇 알 비바람 다 물리치고 햇살 아래 오롯하다 풀로 뽑힐 위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