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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보배추 / 연지 이영옥 아침 산책을 한다 아파트 정원에 곰보배추가 모여 자라고 있다 한겨울 눈 속을 뚫고 나오는 하늘에서 내린 풀 천상초 곰보처럼 생겨서 곰보배추라 부른다 이름이 천하여 높은 사랑 받는가 만병통치 약재 곰보배추 이 세상 잘난 체...

다음 정류장은 주식회사 기린 이영옥 작업복을 입은 사내들이 식은 식빵처럼 웅크리고 앉은 그 정류장 뒤쪽 배경은 늘 맛이 바뀌지 않는 단팥빵 같았네 낮게 엎드린 지붕 위로 따뜻한 연기가 몽글몽글 뜯어먹기 좋도록 몸을 부풀리고 붉은 굴뚝들은 하나...

밤의 주방 이영옥 해쓱한 자정 두 뺨 가스불이 파리하게 일어선다 쌀의 기원보다 오래된 허기가 푸른 고등어의 탄력처럼 미끄러진다 주방 창문에는 앞치마 같은 달빛이 흐르고 조명은 적당하게 냉장되어 있다 칼질이 떠난 도마는 조용하고 양배추는 지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