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회색 병동의 기억, 상상적 은유와 서정성이 돋보이는 이인철의 첫 시집! 그동안 여러 문예지에 활발하게 신작시를 발표해온 이인철 시인이 등단 10년 만에 첫 시집 『회색 병동』을 내놓았다. 이 시집에서 그는 자신의 젊은 날에 겪은 아픔과 상처를...

욕할까(이인철) 맹자(孟子)가 걸음을 멈추자 제(齊)나라 선왕(宣王)이 묻는다. "보기에 저의 원유(苑囿)가 어떠신가요? 너무 좁지 않습니까?" 원유는 왕이 울타리를 치고 새나 짐승을 서식시키는 궁궐 안의 동산을 의미한다. 맹자가 대답을 망설이자 제(齊...

고추장 ―이인철(1961∼ ) 이슬을 닦고 장독뚜껑 열면 곰삭고 있는 해 하나 저렇게 붉으면 저렇게 뜨거우면ㆍ 사랑처럼 단내가 풍풍 나는구나 강천산 단풍보다 더 싱싱한 색이 돋는구나 섬진강 한 굽이의 샘물 냄새 물씬 물씬 솟구쳐 오르고 양푼에 곰삭은...

오리의 강 - 이인철 시인 - 오리들이 흰 연적 같은 엉덩이 흔들며 줄지어 강으로 간다, 꽁지에 지푸라기 묻은 놈도 있다 똥을 지려 묻힌 놈도있다 나는 오리들이 꽥꽥거릴 때마다 뒤에서 막대기 탁탁 두드리며 맨 끝에 따라 간다 강은 얼음을 뒤집어쓰고...

─━☆좋은글이 있는 그대가 머문자리 클릭☆─━ 시뮬라크르 - 이인철시인 -우주시네마 재현하지 않아, 너를 날마다 복제에 복제를 하는 너는 네가 아니야 너의 ‘낳는다’ 는 똥처럼 매일 ‘눈다’ 와 같은 말 아브라함이 이삭을 누고 이삭이 야곱을...

백야 - 이인철시인 -우주시네마 누가 해를 못 박았다 감옥 중 제일 큰 감옥 그림자는 잠 잘 수 없다 바다 위를 걷는 이는 해에 못을 빼러 지구 밖으로 걸어 들어가고 점점 미쳐가는 백야 회사원들은 집에 갈 수 없다 아이들과 아내는 못을 빼러 간 목공을...

술- 이인철시인 나는 아부지를 마신다 어릴 적, 내게 들이댄 면도칼 등을 내리치던 가죽혁대 마시고 죽으라고 건네준 파리약 병 나는 그 아부지를 마신다 잔 속에서도 번득이는 살기殺氣 덜그럭거리는 독사의 이빨 술을 마실 때마다 술이 나를 마실 때마다...

기 도 바다를 보면 일으켜 세우고 싶다 그래서 하늘에서 땅으로, 땅에서 하늘로 바닷물이 흐르고 이루어지지 않은 기도문을 병 속에 밀봉하여 하늘로 보내고 하늘로 먼저 간 친구에게서도 편지를 받고 싶다 바다를 보면 일으켜 세우고 싶다 땅에서 시작된...

거미의 집 이인철 빗방울이 굵어졌다 우산 속에 거미가 언제 들어와 있었나 제 몸이 아직 덜 무거워 무게를 불리고 있는 물방울같이 대롱대고 있다 종이 다른 두 생물이 비를 피해 있는 작은 우주 안 우산중심으로 살을 타고 들어와 우산살을 엮어 작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