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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사발 엎어놓은 고부댁 살피 텃밭 봄눈 설핏 순례 왔다 온 김에 이냥 살자고 엉기지 못한 청포묵 암팡진 씨를 뿌리네 귀 닳고 빛바랜 글발 오다가 만 사발통문 '사람이 곧 하늘'이란 되뇌지도 못한 울분 빗장 친 그때 밀어가 울금빛 꽃으로 피네 그...

특집.들풀 작가회 . 이정홍 흙 향기 저 바람 속에 흙 향기가 바람 속으로 퍼져 가면 자연의 아름다움 그리고 느낄 수 있는 생명력 바람이 부드럽게 스치는 소리 흙의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히며 마음은 평화를 찾게 하는 땅 자연 속에서 흙 향기를 맡으며...

23.5° 이정홍 우리가 갈 우주 길에 위성이 보낸 좌푠가 강변 은빛 갈대 목이 휘어져 마냥 말라 간 당신도 23.5 ° 기울어져 도는 거다. 내게로 오는 살가운 온도면 참 좋겠다 맨살의 창 너머로 시시때때 보내오는 봄이며 여름 갈 겨울 그 본색을 잃어가고...

무 이정홍 긴소리 무는 채소고 짧다치면 없을 무無다 아삭 베어 문 열무 헛바람 헛배 채우고 욕망도 긴 대물림도 내려놓지 못한다. 밤새워 일군 밭머리 풀벌레 울음도 놀라 젖은 허기 헤쳐가며 밭두렁 달리던 너는 연둣빛 관을 쓴 자태 역모를 꿈꿨을까...

색즉시공 공즉시색 이정홍 내 친구 바람쟁이 서장대 밑 도배장이 아지랑이 배꼽춤에 강 아랫도리 풀물 푸네 들머린 버드실인가 품삯 한 푼 받지 않고. 재빠른 손 풀빗자루 도배솔 허리에 차고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그늘진대 빠짐없이 꽃 달고 무늬 맞춘...

<현대시조> 겨울 수목장 이정홍 긴 메아리 골을 돌아 다비문 외는 걸까 억새풀 늙은 꽃이 고개 숙여 조아린다 가진 것 죄다 내주고 동안거에 드는 산협 바람 잔 관목 숲의 고요도 겨운 참에 몇 낟씩 남루한 꿈을 땅에 묻는 저문 삽질 마른 잎 어깨 툭...

좌식 배구* 이정홍 몸을 반 접고 앉아 어떻게 사느냐 캐도 뜨건 땀방울 훔치며 어렵사리 자랐단다 공을 쳐, 하나가 되는 눈 흘김도 견디면서. 꽃을 못 피운 여섯이 사무친 애증 나누는 듯 나눠서 가벼운 아픔 둥근 공을 주고 받네 온몸을 죄다 던져야 가...

유리벽 너머 보낸 편지 이정홍 어눌한 골목 창마다 별빛 주워 불 밝히고 올올이 엮은 육십 탄식 하늘로 쏘아 올린다 뉘 시오, 그 어찌 왔소 애탄 가슴 못을 박네. 말 많은 학연 지연 혈연 얽히고설킨 곳에 정 하나로 길을 트다 눈 깜빡 새 멍해지고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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