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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종문 알고 보니 시인이란 게 개코도 아니더군 시인 김선굉이 찔레밭에 엎어져서 가시가 온통 박혀 고슴도치 되었는데 시인 서너 명이 다 달라붙어봐도 조그만 가시 하나도 뽑아내지 못했다네 아 글쎄, 시인이란 게 바늘 하나만도 못해 *이종문...

울화통이 서너 개 함께 터져 바람벽 모기에게 분풀이 나 할까 하여 베개를 휘두르다가 허리 휘청, 꺾인 복날 -《상상인》 2024년 가을호

저승까진 길이 멀다 이종문 멀쩡턴 내 누이가 밥 먹다가 돌연 죽자 불과 이틀 만에 불구덩이에 밀어넣네. 누이야, 몸, 성히, 해라, 저승까진, 길이, 멀다. <<시조미학>>, 2024, 봄

시 낭독- 김창제 시인 2주일간 영창 갔다 그해 겨울 철책선에서 총을 들고 보초 설 때 편지가 날아왔다, 내 애인이 보낸 편지 고무신 거꾸로 신고 딴 남자께 간단 편지 피가 역류했다, 아니 이럴 수는 없어, 아니야, 아닐 거야, 그, 그럴 리가 없어 하지만...

전화기가 전화를 걸어 이종문 시인 김선굉 형이 전화를 했나 본데 내 미처 받지 못해 전화를 걸었더니 자기는 진짜 진짜로 전화한 적 없다 하네 그럼 그 전화기 내가 불쑥 그리워서 나의 전화기에게 전화를 했나 몰라 김유신 장군의 말이 천관녀를...

시 낭독- 조명선 시조시인 저 새빨간 대추 하나 작년 가을 텃밭에 심은 쉰 그루 대추낭게 봄 돌자 꽃이 피고 아기 대추 달렸더라 하나도 둘도 아니고 무려 모두 세 개더라 그 세 개가 하 귀여워 대추밭에 살았는데 제기랄! 그 가운데 제일 굵고 튼실턴 놈...

자살하다 이종문 누가 스승의 날에 큰 화분을 보내왔다 먼 나라 야자라는데, 딱 보니 가짜 같다 진짜는 저리 가라는, 그런 가짜 말이다 그런데 다시 보니 잎새 끝이 말라 있어 어라? 진짠가 싶어 손톱으로 째비봤다 그래도 알 수가 없어 더러 물을 주곤...

시인詩人의 얼굴 이 종 문 삼십 년 만에 만난 옛 동창생 하는 말이, "종문아 누가 니가 시인이라 그카던데, 니 정말 시인이 맞나, 니가 정말 시인이가" "그래 맞다, 시인이다, 와 뭐가 잘못 됐나" "니 거울 한번 봐라, 시인같이 생겼는가, 아 니가 시인이...

바닷물이 조그만 강물들을 죄 수탈해 가는데도 강물이 여전한 것을 의아하게 여겼던, 이제 좀 알 것 같다 내 비로소 철이 들어 저 광활한 바닷물 이 구름 되고 비가 되어 강물에 물을 조금씩 나눠주고 있다는 걸 닫는 무대- 황삼연 시인, <숨어우는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