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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데 사랑이다. 우주를 지배하듯 문명이 발달하여도 자연 현상으로 이뤄지는 사랑만큼은 그 누구도 어찌할 수가 없다. 이태순 시인은 사랑과 이별이라는 가장 무거운 삶의 과정을 그려 읽는 독자들의 감탄을 낳게 한다. 영영 사랑하기까지 생의 이력으로...

오디 쪼아 먹은 새 보랏빛 꽃을 누고 갔다 오동나무 그늘 친 난전에 솥을 걸고 해마다 흙길을 따라 옹기종기 찔레 밥집 뻐꾸기 울음 빌려 쌀밥을 주문할까 바람의 조리질에 밥물이 찰랑대는 하르르 끓어 넘치는 저 흰 꽃이 밥알이 -《시와소금》 2024년...

J씨의 구두 이태순 그 자리 못 벗어나 등이 휘는 갈대들 하류의 강어귀엔 보랏빛 생각들이 조약돌 잔물결 치며 쉼 없이 흘러갔다 밟히고 쭈그러진 이력이 투명하다 그 낡은 가벼움을 다 저녁 끌고 가는 붕어빵 한 봉지 실은 오늘은 만선이다 참기름 두 병...

영화관에 벚꽃 흩날리고 이태순 영화관 휴게실에 사람들이 꽉 찼다 아내를 동반한 늙은 남자 팝콘을 들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앉을 자리 찾는다 4인석에 홀로 앉은 같은 또래 남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맞은편에 앉으며 주름진 웃음을 섞어 팝콘을 내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