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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한 시모음 35) 11월이다 /박의용 언 땅 녹여 씨 뿌리고 모종하고 그 새싹 보며 희망을 노래하던 봄도 무더위와 장맛비도 아랑곳 없이 녹음 짙도록 무성하게 잘 자라 희망이 실현되어 가던 여름도 탐스럽게 주렁주렁 열린 풋고추가 맑은 하늘 햇볕에...

못한 시(詩)는 바람에게 들려주고 보고 싶음은 붉은 울음으로 떨궈내고 안쓰러움은 발 밑에 묻어 두지 한밤중에도 나무들은 사이사이 눈을 뜬다 흔적지우기 긴 몸 소름돋는 쓸쓸함 꼭꼭 쌓아두기 구석구석 빈자리 채워가기로. 11월 / <최정례> 느닷없이 큰...

관한 시모음 29) 수레국화 /한명희 우리 짧은 인연 옛정으로 바람결에 스친 듯 아슴아슴 하지만 이년 전 초암사 돌담 아래 함초롬히 무리져 연못에 어린 낭창낭창 가녀린 꽃대 그땐 이름도 몰랐던 연보랏빛 자태는 마음 뜨락에서 노랑나비와 너울 거린다...

관한 시모음 34) 긴 장마 /초랑(超郞) 윤만주 역사이래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긴 장마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휩쓸고 간 자리. 산허리가 잘려 도로가 유실되며 할퀴고 상처 난 대지(大地)의 비명은 선혈(鮮血)로 온 산천을 물들이며 뚝뚝 떨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