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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바다는 전연희 움키면 왈칵 솟는 소태같이 시린 시간 지닌 것 죄다 쏟아 울음소리 장엄하다 한 방울 붉은 티까지 막무가내 씻어낸 《개화》2024. 제33호

환승역 환상 전연희 에덴을 찾아 나선 발걸음 끌고 간다 아직은 꿈을 버릴 그런 나이 아니라고 계단을 오르내리며 음계를 짚어간다 다가선 선로 위로 그림자 낯이 설다 후다닥 놀란 가슴 제 발목을 접질렀다 한순간 깨어진 낙원 절뚝절뚝 그냥 간다...

탱자나무 / 전연희 ​ 처음엔 별꽃으로 순한 잎도 피웠지요 열매 몇 여물도록 생인손 앓던 날들 저토록 거친 바람 속 가시 세워 버틴 길 수없이 찔리고도 울이 되어 다시 서는 심장에 와 박히는 꼿꼿한 심지 하나 어머니 살아오신 길 가시관을 쓰신 길...

그대는 아는가, 저 남쪽나라를* 전연희 미뇽의 노랫소리 끊일 듯 이어질 듯 절룩이는 걸음으로 먼 길을 흘러왔네 해 질 녘 자욱한 안개 동백 꽃길 닿으리 발자국 달래느라 물결은 서성이네 등짐 푼 마른 어깨 나비처럼 가벼워져 물결 위 떨어져 누운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