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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빵과 밤, 그 틈 / 정연희 바람 잠든 골목에 주머니 속 마지막 동전이 누군가의 손끝으로 스며든다. 사라진 발자국 뒤엔 텅 빈 공기만이 남아있다. 식은 찐빵을 입에 물고 창문 너머 희미한 경찰서 불빛을 바라본다. 주말 연속극 정년이 속, 사람들의...

초심으로 돌아갑시다 (2650) /////// 2017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 정연희 귀촌 / 정연희 귀가 한 마을을 이루고 있다 멀고 가까운 말들도 촌에서는 하나로 연결된 귀가 된다 귀걸이처럼 빛나는 소문들 귀가 제일 빠른 곳은 촌이다 특용작물을 심은 노총각...

깊은 사유와 미학적 성취를 통해 감동을 주는 시적 진실 - 정연희 시집 『나무가 전하는 바람의 말』 박진형(시인) 정연희 시인은 전라남도 보성 출생으로 2012년 김유정 기억하기 전국 공모전 최우수상을 시작으로 생명 문학상 장원, 미래에셋 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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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꽃도 흙에서 핀다 외 4편 정연희 마리골드와 촛불을 강에 띄워도 거품으로 얼룩진 소원들 능사의 옷을 닮은 차가운 웃음이다 비눗물 속에 잠긴 막대풍선 같은 종아리 힘껏 내리치는 빨래들의 비명은 저지대의 벽이 물러나 부서지는 소리 살아 있을 뿐...

혀가 뜨거워질 때까지 성애를 닦고 있다. 물러설 수 없는 최후의 순간에, 욕심을 다 내려놓은 마지막 꽃이 숨꽃처럼. 숨꽃 / 정연희 불덩이처럼 뜨거운 몸에서 알아듣기 힘든 신음이 스며든다. 먼지를 털어내자 시끄럽던 숨결이 이제야 조금 트이고, 가쁜...

꽃들의 신호탄 / 다채 정연희 매화가 눈부시게 아름다운 까닭은 수줍은 꽃망울을 먼저 터뜨렸기 때문이다 바로 봄의 신호탄을 쏜 때문이다 향기의 정취에 흠뻑 젖은 산수유 꽃망울도 덩달아 채비를 서두르게 한다 은은히 날아오는 꽃향기에 사방천지 거짓...

세상을 견디는 빛 정연희 초점을 잃고 망연자실 흐릿한 눈 찬바람에 매달려 몸이 뒤틀리기 시작할 때 바람이 말했다, 심장이 실종됐다고 심해를 휘젓던 꼬리는 바짝 얼어붙고 힘차게 유영하던 바다는 먼 기억이 된 지금 두 번째 죽음을 기다리는 동안,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