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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우고 비우며 돌아가고 싶은 길 위에서 ---정복선의 시세계 조동범 태초의 어느 밤을 생각한다. 인류가 존재하지 않았던 아주 먼 과거의 어느 날을 떠올린다. 그곳이 어떤 세계였는지 알 수 없지만 우리 마음 속에 태초의 자연은 가닿고 싶은 삶의 원형...

걸스카우트 조동범 겨울이 가고 봄이 왔어요 엄마 구름은 젖은 그늘을 만들며 흘러가고 야영지는 낯선 별들로 가득했지요 어린 소녀들은 저마다 머리카락을 풀어 숲의 그늘을 더듬고 깊은 산의 골짜기는 한없는 그늘 속으로 사라졌어요 엄마 야영지의...

중앙역 조동범 오늘 밤의 철길과 무쇠 열차는 어느 곳으로 떠나려 하나. 이곳은 세계의 모든 중앙역이고, 나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누군가를 떠올리며 내내 승강장을 배회한다. 오래되고 남루한 서사는 어디론가 떠나고 돌아오고, 이곳은 세상에 단 하나...

환상통 외 1편 조동범 허공을 나는 새가 있다. 세상의 모든 수평선과 지평선을 증명해 보이듯 날아가는 새가 있다. 새는 보이지 않는 허공에 갇혀 끝을 알 수 없는 공중을 배회한다. 공중은 환영인지 아닌지. 텅 비어 아득하다. 날짜 경계선을 넘어 과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