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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한 모순 / 조병화 사랑하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먼 훗날 슬픔을 주는것을, 이 나이에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오히려 기쁨보다는 슬픔이라는 무거운 훗날을 주는 것을, 이 나이에 아, 사랑도 헤어짐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사랑한다는...

소라 - 오숙자곡,조병화시 / 황화자

겨울 -조병화​- 침묵이다 침묵으로 침묵으로 이어지는 세월, 세월 위로 바람이 분다 ​바람은 지나가면서 적막한 노래를 부른다 듣는 사람도 없는 세월 위에 노래만 남아 쌓인다 ​남아 쌓인 노래 위에 눈이 내린다 내린 눈은, 기쁨과 슬픔, 인간이 살다 간...

'나 무' -조병화- 외로운 사람아 외로울 땐 나무 옆에 서 보아라 나무는 그저 제 자리 한 평생 묵묵히 제 운명, 제 천수를 견디고 있나니 너의 외로움이 부끄러워지리 나무는 그저 제자리에서 긴 세월을 하늘의 순리대로 살아가면서 상처 입으면 입은 대로...

인생은 / 조병화 인생은 생명으로 시작하여 그리움으로 이어지는 것을 그리움은 뜨거운 사랑이며 가도 가도 닿을 수 없는 하늘인 것을 하늘은 영원한 것이며 영원은 항상 고독한 것을 아, 그와도 같이 인생은 사랑으로 이어지는 황홀한 희열이며 아름다운...

외로운 벗에게 ​ 조병화 ​ ​ 고독하십니까, 운명이옵니다 ​ 몹시 그립고 쓸쓸하고, 외롭습니까, 운명이옵니다 ​ 어이없는 배신을 느끼십니까, 운명이옵니다 ​ 고립무원, 온 천하에 홀로 알아주는 사람도 없이 계시옵니까 그것도 당신의 운명이옵니다 ​ 아, 운명은...

085. 시 산데리아 그늘에 조병화 서울신문 1949년 10월 12일 춤이라도 추고 싶은 밤이 랍니다 소리라도 외치고 싶은 밤이 랍니다 나도 모르게 그러한 눈물에 솟쳐 가는 밤 밤거리랍니다 여게가 어듼가 모두들 행복스러이 오고가는 행열 허정허정거리는...

​잊어버려야만 한다. 진정 잊어버려야만 한다. 오고 가는 먼 길가에서 인사 없이 헤어진 지금은 누구던가 그 사람으로 잊어버려야만 한다. 온 생명은 모두 흘러가는 데 있고 흘러가는 한 줄기 속에 나도 또 하나 작은 비둘기 가슴을 비벼대며 밀려가야만...

겨울나무 조병화 겨울나무는 종교처럼 하늘로 하늘로 솟아오른다 매서운 바람 속에서 냉랭한 대기 속에서 세찬 눈보라 속에서 오로지 곧은 이념 묵묵히 카랑카랑한 기침 소리를 내부로 내부로 숨기며, 죽이며 의연한 모습으로 겨울나무는 스스로의 종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