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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도 나도 살 수 없다 달맞이 꽃이 피지 않는 별에선 해바라기도 함께 피어나지 않고 폭풍우와 해일이 없는 곳에선 등 푸른 물고기도 그대의 애인도 살 수 없다 때로는 화산이 터져 불줄기가 온 땅을 휩쓸고 지나고 그대를 미워하는 마음 산을 덮어도...

조명아래 배달된 한 통의 봉인 된 꿈이었다가 빗소리 오래 들리는 아픈 여자의 잠 속을 지나 바다가 보이는 사원에서 푸른 물고기를 기다리는 일주문이기도 했던 어떤 투명함에 대한 상상 알 수 없네 지금은 황사 가득한 낮과 밤 낯선 문 앞을 지나가는 중...

아기가 젖을 빨다 스스르 잠이 들자 여자는 하늘 한복판을 푸욱 찢어 아기의 어깨까지 살포시 덮어준다 찢어진 하늘에선 푸른 물고기들이 쏟아지고 여자는 유모차에서 책을 꺼낸다 아기를 위한 자장가 뽈랑송을 부르며 책장을 넘긴다 여자가 책을 보는...

오르는 불새의 날갯죽지처럼, 달빛을 휘감고 승천하는 강물신의 지느러미처럼, 날렵하게 허공을 후려치며 곤두박질치는 등 푸른 물고기를 다시 꿈꿀 수 없다면, 시간의 불가역성을 한탄하며 해풍에 꾸덕꾸덕 말라가야만 한다면, 사는 게 좀…… 그렇지...

버린 세상 아닌가?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사람 사이에서 참된 감동을 갈구하고 있겠지. - 홍승의의《푸른 물고기》중에서 - * 그렇습니다. 감동이란 말이 혼탁해진 세상입니다. 기술이나 능력으로 상품화된 요즈음의 감동 속에 사람을 움직이는...

텅 빈 웅덩이에는 허공이 들어와 앉았다 ----애지 겨울호에서 약력: 시집: 『절벽』『푸른 물고기의 슬픔』『단풍잎 편지』『정릉천 물소리』 『푸른 별의 역사는 푸른 글씨로 쓴다』『그림자 속의 그림자』 『맥 울음』 서사시집: 『정릉마을』 서간문...

향해 긴 노 저어가는 지친 오후가 지나면 꿈 속으로 오던 그대, 마주 앉아 바라보면 마른 늪에서 싱싱한 비늘을 반짝이며 푸른 물고기가 펄떡이고 폐허에도 사랑은, 풀잎처럼 싹을 틔우고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간 사랑이 낮달처럼 돌아와 하얀 어깨를...

두드리는 못난 생들 나의 눈은 푸른 바다 대신 퍼렇게 멍든 허공을 응시하다 눈먼 생들이 닮으려고 매달아 놓은 또 다른 나를 발견한다 대웅전 처마끝 부연에 달려 멍든 또 한 마리 푸른 물고기, 풍경風磬, 나를 닮은 ㅡ문예지 《현대시학》 2019년 9...

그만 물속에 빠질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아예 물속으로 힘차게 걸어간다 수련이 손을 뻗으면 수련의 손을 잡고 물고기들이 앞장서면 푸른 물고기의 길을 따라간다 ​ 아직도 넘어질 일과 일어설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일으켜세우기 위해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