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차림과 하얀 피부를 지닌 미연이는 초저녁 샛별처럼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학교를 파하고 사뿐사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도...뒷모습만을 바라보며 스쳐 지나가는 바람에 마음을 전해야만 했다. 검정 고무신에 반질반질 윤이 나도록 까맣게 그을려...

속 하얀 뼛가루가 죽은 사람을 살려낼 수 없지만 시집 속 검은 활자는 젖은 목소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누군가 풀지 못한 검은 시간의 노래가 날리는 꽃잎 나비 날갯짓에 되불려지고 새까만 풀씨 되어 세상에 다시 흩뿌려진다면 시집만한 꽃씨 봉지가 어디...

고무신을 신은 친구들은 하나같이 어깨에 책보를 둘러메고 양철 필통 딸그락거리며 찔레순을 따서 씹었다. 섬진강 버들개지 꺾어 피리를 만들어 불고, 잔디밭에서 빨갛게 내민 삘기를 뽑아 자근자근 씹어보기도 하고, 진달래랑 아카시아 꽃을 주저리...

검정고무신을 신은 발은 신작로의 자갈들이 부딪히고 찔러대어 불이 붙은 듯이 아팠고, 더욱 힘든 것은 시간이 멈춘 것처럼 지겹다는 것이었다. 자꾸만 쉬어가자고 보채는 아이에게 어머니는 다시는 데려가지 않겠다는 으름장을 놓곤 하셨다. 어머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