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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왕오천축국전 - 홍사성 ​ 사막, 그 너머 당신에게 가는 길 너무 멀다 ​ 불화로 같은 땡볕 바람의 언덕 모래폭풍 갈색 전갈 까마득한 솔개 그림자 백골 화분에 돋아난 풀씨 하나 ​ 타는 목마름 견뎌야 이를 아물아물 오천축국 하얀 목숨 하나 짊어지고...

-비누 보살/홍사성-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습니다 오래됐어도 새것 같고 새것도 오래된 것 같습니다 더럽다 싫어하지 않고 깨끗하다 좋아하지 않습니다 남의 악취는 거둬가고 제 몸 향기는 나눠 줍니다 날마다 얇아지지만 조금도 섭섭해...

+ 심안(心眼) - 홍사성 하늘은 구름이 지나가야 보이고요 바람은 나무가 흔들려야 보이지요 사람은 눈을 감아야 더 잘 보이지요

바람의 힘 .. 홍사성 바람이 불었다 어느 날 갑자기 더위가 사라졌다 언제 그랬냐는 듯 사는 일 다 그렇다 기쁨 도 슬픔도 As Time Goes By (세월이 가면) 그림 ..신재흥

처처전진處處全眞 홍사성 소낙비 그친 여름 하늘이 파란 유리창인 듯 말끔하게 개이었습니다 뒷산 숲은 막 목욕 끝내고 머리 물기 터는 새악시처럼 싱그럽습니다 참나무는 누가 알아주든 말든 키를 키우고 산비둘기는 누가 듣든 말든 구구댑니다 나비는...

개밥과 도토리 - 홍사성 동창회 나갔던 아내가 일찍 들어왔다 누구는 반지가 크고 누구는 명품 가방 들었고 누구는 은여우 목도리 둘렀고 누구는 주름살 펴 처녀 같아졌는데 자기만 으쓱할 게 없었다 기죽지 않으려고 잘난 척하는 것들에게 한마디 했다고...

대리석 꽃무늬 홍 사 성 ​ 처음 알았다 대리석이라는 말 운남성 대리에서 유래됐다는 것 석회암이 높은 온도와 압력 받아 변성한 돌이라는 것 그 과정에서 꽃무늬가 생겨 아름답다는 것 쉽게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 ​ 뒤늦게 알았다 사랑이란 말 사람과...

너도 없는데 / 홍사성 라일락 지고 난 뒤 모란이 피었다 졌다 영산홍 지고 난 뒤 작약이 피었다 졌다 너 없는 세상인데도 꽃이 피고 지는구나 - 『좋은시조』( 2024.책만드는집)

쇠똥구리 법문 홍사성 세상에 힘들지 않은 일이란 없습니다 오늘도 백 배 무거운 짐 감당해야 합니다 저마다 쇠똥 굴리며 살아가는 게 삶입니다 - 《좋은시조》 2024. 여름호